달리기를 위한 마지막 준비, 어떤 신발을 고르시겠습니까?

이범준 입력 2022. 8. 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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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달리기] 기록 단축에 효과 있는 신발이어도 신고 다친 적이 있다면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신발이 있다면 준비는 끝이다. 거듭해서 하는 당부는 '천천히 달리라'는 것이다.
2017년 나이키가 내놓은 운동화 ‘베이퍼플라이 4%’(위)를 신은 선수들이 줄줄이 기록을 단축했다. ⓒEPA

국제수영연맹(FINA)은 수영복 메이커 스피도가 개발한 레이저 레이서(LZR Racer)와 같은 특수 소재 수영복을 금지한다고 2009년 발표했다. 폴리우레탄 필름을 붙인 이 수영복은 표면에 미세한 V자 홈을 만들어 마찰을 줄이고 부력을 높인 것이다. 이 슈트를 입은 선수들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무더기로 깨면서 기술 도핑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국제수영연맹이 착용을 금지한 이유를 단순화하면 벌거벗은 것보다도 유리하다는 것인데, 이는 보통 수영복은 맨몸보다는 불리하다는 뜻이 된다.

나이키는 2017년 ‘베이퍼플라이(Vaporfly) 4%’라는 신발을 내놓았다. 이전까지 육상계 상식은 가벼운 신발이 기록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이퍼플라이는 40㎜ 가까운 밑창을 달고 있었다. 발포 고무와 탄소섬유판이 땅을 내딛는 에너지를 반사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줄줄이 기록을 단축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밑창 두께 40㎜ 이하, 탄소섬유판 한 장으로 엘리트 선수의 신발을 규제했다. 이 결정은 차라리 신발 자체를 금지하라는 일부의 반발을 낳았다. 모든 신발은 맨발보다 기록을 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보다 건강이다. 기록 단축에 효과가 있는 신발이라고 해도, 평소 신고 달려서 부상한다면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이와 관련해 끝나지 않은 논쟁이 ‘부상 적은 신발이, 푹신한 바닥이냐 단단한 바닥이냐’는 것이다. 러닝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고가의 푹신한 신발이 달리는 자세를 망가뜨려 부상을 일으킨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달리는 의사회’ 이동윤 전 회장은 “많이 신거나 오래된 신발은 경화(硬化)한다. 푹신한 신발로 자주 바꿔줘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베이퍼플라이가 엘리트 선수 시장을 석권하면서 다른 메이커들도 바닥이 두꺼운 신발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발포 고무와 탄소섬유판을 넣은 신발이 푹신한 신발인지 단단한 신발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애초 어느 쪽이 부상을 일으키는지 명확하지 않아 규정을 해도 의미가 적다. 차라리 직접 푹신한 신발과 단단한 신발을 신어보고 자신의 운동량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일단 크리스토퍼 맥두걸 등의 주장은 소수이며, 이동윤 회장 등의 설명이 다수이다. 나도 푹신한 신발을 1000㎞만 신고 버리기 시작하면서 자잘한 부상이 사라졌다. 이렇게 하니 계절마다 다른 신발을 신는 재미도 생겼다.

시간 재지 말고 천천히

신발이 있으니 준비는 끝이다. 나가서 달리면 된다. 작심삼일이 가능하다면 사흘이나 달릴 수 있다. 그렇게 못해도 하루는 누구나 달릴 수 있다. 이 하루가 괴로운 경험이면 달리기는 그날로 끝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천천히 달려야 한다. 21년 동안 한국 최고 기록을 지켰던 권은주 코치가 입문자와 함께 달리는 동영상이 유트브에 있다. 거듭해서 하는 얘기는 ‘천천히’이다. 영화 〈말아톤〉에서 국가대표 출신 코치도 천천히 달리라고 화를 내면서까지 말한다. 나도 달리기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천천히 달리라고만 말한다. 처음 달리는 사람에게는 천천히 뛰기가 그만큼 어렵다.

이렇게 말하면 ‘1㎞에 몇 분 페이스가 천천히냐’고 물어온다. 시간을 재겠다는 건 천천히 달릴 생각이 없는 것이다. 걷는 게 아니면 뛰는 것이라고 설득해도, 어느 순간 속력을 높여 달린다. 멀리 못 가 멈추어 섰다가 다시 빠르게 달리기를 반복한다. 천천히 오래 달리는 능숙한 러너와 함께 달리면 좋다. 심박을 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새는 스마트워치에도 심박계가 있다. 천천히 달리면 금세 지방 타는 구간(fat-burning heart rate zone)에 진입한다. 이 구간보다 빠르게 달리면 오히려 지방이 잘 타지 않는다. 지방 타는 구간에서 달리면 된다. 살도 빠지고 달리기도 는다.

2018년 JTBC마라톤에 참가한 글쓴이(왼쪽)와 달리기 모임 멤버들. ⓒ이범준 제공

꾸준히 달리면 이런저런 마련하고 싶은 게 생긴다. 땀이 빠르게 마르는 기능성 셔츠가 면 티셔츠보다 좋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 주말에 크고 작은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 기념으로 받는 기능성 셔츠가 산처럼 쌓인다. 너무 많아지면 가지고 있다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면 좋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문구를 새겨 맞춰 입는 것도 괜찮다. 하반신에 살이 있다면 남성도 타이츠가 좋다. 허벅지가 쓸려 살이 따가울 일이 없다. 타이츠 위에 반바지를 입으면 민망하지 않다. 팔이 탈까 걱정되면 긴팔 셔츠보다 얇은 토시가 낫다. 겨드랑이를 열어둬야 체온이 오르지 않는다.

봄가을 다음으로 달리기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체온이 쉽게 오르는 여름에는 탈진하기 쉽다. 하지만 겨울에 달리는 사람이 가장 적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데다, 추위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어렵다. 기온이 떨어진 날에는 뜨거운 샤워로 체온을 올리면 좋다. 근육도 풀리고 피도 돌아 수월하게 달린다. 겨울에 달리면 손과 머리가 먼저 차가워진다. 털모자와 털장갑이 필수다. 프로 선수들도 겨울 대회에서는 장갑을 낀다. 어느 계절이든 작은 가방을 메고 달리는 것도 편리하다. 습관이 되면 별로 무겁지 않은데, 새 셔츠를 담아 멀리까지 달릴 수 있다. 셔츠만 갈아입으면 운동복 차림으로도 맛집이나 서점 같은 곳에 들를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돌아오면 된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면 35~37㎞는 미리 달려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완주하면 마라톤이란 말만 들어도 이가 갈릴 수 있다. 처음 나가는 대회라면 목표 기록을 셋 정도 잡아두는 게 좋다. 첫째, 둘째 목표가 차례로 무너져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마라톤 완주가 인생을 바꾸지도 않고, 기록이 월급을 올려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출발선을 떠난 러너라면 결승선까지 고통 따위 참고 버텨야 한다. 그것이 달리는 자의 소박한 도리이다.

이범준 (아마추어 마라토너·논픽션 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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