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손해' 청구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죄라고?

하주희 입력 2022. 8. 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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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파업이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었다.

사용자 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노조에 청구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노조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두고, 한국 정부에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운영에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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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7월22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두 번째)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노사 협상 타결 후 손을 맞잡았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파업이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었다. 사용자 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노조에 청구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노조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실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형사책임도 그렇지만 부담 능력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과 이에 따른 집행은 끔찍한 고통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노사 간 합의와 단체교섭은 ‘자율성’을 원칙으로 한다. 사측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합의한다고 해서 배임죄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사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가장 황당한 업무상 배임죄 기소는 2008년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을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당연히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4월부터 효력 발생한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이 같은 사례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 배임죄 걱정을 덜어줄 희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파업권의 근거가 되는 국제노동기준이 비준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ILO 협약 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ILO 협약 제98호)’이 비준된 것이다. 지난 4월20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ILO는 조합활동 및 쟁의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함부로 제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오스트레일리아 관련 제1511호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쟁의행위에 대해, 참가자 측(파업 노동자)에 의한 계약위반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그 행위의 결과로 사용자에게 발생한 일체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그러한 계약위반을 주도한 노동조합이나 임원에게 부과하는 것, 사용자에게 불법행위의 개시(또는 계속)를 방지하기 위한 가처분을 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법 규율을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ILO는 “그러한 조항의 누적 효과는 노동자에게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촉진하고 옹호하기 위하여 적법하게 파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박탈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두고, 한국 정부에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운영에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덧붙여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조합의 존속 그 자체에 심각한 재정적 위협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는 노조의 지적에도 “우려를 표하고 유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 비준 동의로 인해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 ILO의 국제노동기준은, 파업 노조를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는 권장되는 일이 아니며 오히려 신중하라고 요구한다.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안 한다고 해서 ‘임무 위배’가 되지 않는다는 근거가 충분해진 것이다. 그러니 배임죄 걱정은 그만해도 될 것 같다.

하주희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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