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여교사, 여기자'는 성차별인데 '그녀'는 괜찮다?

시사IN 편집국 입력 2022. 8. 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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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장슬기 지음, 아를 펴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차별 표현을 대체할 좋은 ‘말 그릇’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를 써야 할 때, 여성인 경우 남들 따라 ‘그녀’라 칭하지만 고개를 갸웃하곤 했다. ‘남교사, 남검사, 남기자’라는 호칭이 낯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교사, 여검사, 여기자’는 성차별적 용어인데 ‘그녀’는 왜 별 문제의식 없이 통용될까. 〈미디어오늘〉 기자인 저자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우리말 속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배제와 혐오의 언어를 포착해낸다. 이때 배제와 혐오가 향하는 곳은 한국 사회에서 좀처럼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 소수자, 약자들이다. 몇 년 전 〈워싱턴포스트〉와 AP 통신은 3인칭 복수 대명사를 뜻하는 ‘They(그들)’를 성별 구분 없이 단수형 ‘그’라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공의료 새롭게 백재중 지음, 건강미디어협동조합 펴냄

“이 사안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건강성을 회복하는 일에서 결정적인 과제다.”

코로나19 유행은 한국 사회의 해묵은 난제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그중 하나가 공공의료이다.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의료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지만 의료서비스 제공 자체는 극히 민영화되어 있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비율이 1대 9 정도다.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지만 공공의료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구체화되지 않는다. 한국의 풍토에서 공공의료란 코로나19 같은 위기 시에 궂은일을 도맡는 모습으로 비춰질 뿐,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그려보기 어렵다. 의사로서 공공의료에 수십 년간 몸담았던 저자의 책이 실마리를 제공한다.

 

 

 

 

 

돌보는 사람들 샘 밀스 지음,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펴냄

“뚜렷하게 그어놓은 자신의 테두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수첩 맨 앞이나 뒤에는 비상연락망을 적는 공간이 있다. 대부분은 사용하지 않는다. ‘취약한’ 아버지는 달랐다. 저자는 아버지의 수첩에 적힌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들여다보며 뭉클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조현병을 앓는 아버지는 ‘있지만 없는’ 사람이었다. 병든 아버지의 존재는 저자의 삶을 압도해왔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를 성공적으로 간병한 레너드 울프의 사례, 돌봄에 실패한 젤다 피츠제럴드와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 이야기를 교차하며 ‘나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돌보는 마음에 깃든 막막함은 꽤 자주 용기가 되어 이해로 향하는 길을 닦는다.

 

 

 

 

 

서왕모의 강림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알마 펴냄

“그는 그리스도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밖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저 이 순수한 슬픔을….”

헝가리 현대문학 거장의 단편소설 17편을 모은 책이다. 단편집의 주제가 ‘예술에 관한 탐구’라면 선뜻 손이 가기 힘든 책일 수 있겠으나 일단 읽기 시작하면 느낌이 다르다. 동유럽 출신 작가가 남·서유럽, 아시아(주로 일본), 중동의 예술과 관련된 소재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끝까지 몰아치는 이야기들의 전개가 상당히 흥미롭다. 일본 이세신궁의 식년천궁 의식,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이탈리아 피렌체와 페루자를 오가며 전개되는 소설들을 읽다 보면, ‘지금 여기’에서 대통령의 기이한 발언과 행동들을 재미있어하고 때로는 허탈해하거나 분노하는 ‘나’의 감정이 객관화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카지노 베이비 강성봉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전당포 문을 열면 자그만 몸집에 입을 꼭 다문 할머니가 손님을 맞았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금이다. 그럼 ‘나’를 맡았을 땐 어땠을까? “버림받은 아이의 이야기라고 우울하게 시작하진 않는다”라는 화자의 선언처럼 할머니와 그 딸, 아들은 ‘나’의 값이 올라 팔 수 있길 기다리는 대신 새로운 가족이 되어줬다. 하지만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세상은 할머니의 일수 장부 안에 있거나, 해석할 수 없는 삼촌의 고함 속에 있었다. 기자 출신인 작가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절망의 농도가 유독 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도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작가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카지노 베이비’의 입을 빌렸다.

 

 

 

 

 

시의 마음 붓의 노래 나승인 지음, 문학의숲 펴냄

“옛날은 궁해도 씨과실은 남겼는데 지금은 풍족해도 끝없이 소비한다. 지구가 마지막 씨과실인 것을.”

30여 년 전, 교사였던 저자가 붓을 잡기로 한 건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생일이나 졸업을 맞은 아이들에게 좋은 시 하나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를 만나고 독학으로 터득했다. 하지만 이후 전교조 해직 교사가 됐다. 복직해서는 전북 무주로 갔다. 그곳에서 기후위기 활동가, 풍물꾼 등의 직책을 갖고 사는 저자가 그동안 썼던 시와 붓글씨 등을 모아 책을 펴냈다. 이문재 시인은 “그의 짧은 글은 웬만한 시보다 윗길이다. 그의 글에는 인간과 생명, 존재와 현상의 본질을 단박에 꿰뚫되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끝끝내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손짓하는 크고 높고 깊은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라는 추천사를 썼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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