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시행령에 불붙는 정국..尹·野, '시행령 정부' 공방

임현범 입력 2022. 8.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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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령 근거로 시행령 발의"
우상호 "시행령 우회 통로"
신율 "문제 소지 있지만, 긴급성 인정"
박상병 "법률 취지 침해"
용산 대통령실(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   사진=황인성 기자,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기본법안과 어긋난 시행령을 연이어 개정하면서 ‘시행령 정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과 검찰과 관련된 시행령은 각각 ‘정부조직법’과 ‘검수완박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정치권에 전면전 기류가 흐르고 있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정부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립 근거를 담은 ‘시행령’을 만들었다. 이 시행령을 근거로 지난 2일 경찰국을 설립해 초대 경찰국장으로 김순호 치안감을 임용했다. 하지만 시행령이 ‘정부조직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전면전을 예고했다.

또 검수완박과 관련된 시행령도 논란에 휩싸였다. 법무부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을 밝히면서 검수완박과 함께 효력을 발동하도록 했다. 이 시행령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히고 관련 범죄를 지속해서 수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 국가기관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선 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

시행령이 상위 개념인 법률과 충돌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법의 종류를 살펴보면 가장 큰 개념은 헌법으로 국가의 기본 법칙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세운다. 또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는 최고의 규범이다.

법률은 헌법 다음에 효력을 가지는 규정으로 정부와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각 중앙행정기관에서는 해당 업무에 관한 정책집행을 위한 법률안을 제작한다.

대통령령(시행령)은 ‘법률의 시행’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하는 하위규범 개념이다. 즉, 법률이 공포되면 법률과 연계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변경하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시행령 정책에 민주당은 ‘시행령 정부’, ‘시행령 우회’ 등을 언급하면서 강하게 맞섰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1일 “법무부가 국회에서 통과된 법 무력화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주요시사 범위를 원위치한다면 국회와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며 “무력화시키기 위한 우회통로로 대통령령을 활용하겠다면 국회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법무부가 검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며 “검찰 정상화를 위한 국회 입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법문을 해석한 ‘법 기술자’의 꼼수”라며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며 “경찰국 신설에 대한 후보자 소신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국정 발목잡기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제까지 다수당의 무책임한 횡포에 끌려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은 민생 치안과 국민 안전을 위해 일할 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치안과 민생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국정 발목잡기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정부는 이번 시행령이 ‘검수완박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정부는 정확히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서 정해진 대로 시행하고 있다”며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 범죄’라고 만든 범위 내에서 그대로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장에서 등장한 ‘~등’의 개념을 두고 정부와 민주당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등’이 확장의 개념이라고 설명했고 민주당은 제한의 개념이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이 문제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검수완박법의 특성상 긴박성은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과 시행령이 법령을 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엇갈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원론적으로 보자면 국회의 입법을 행정부가 무력화시킨 것으로 잘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하지만 검수완박의 특성상 긴박성은 인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문제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10일부터 검찰의 수사가 정지되면 경찰이 모든 걸 해야 한다”며 “수사가 밀리거나 지연되면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집권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민주당이 집권당 이야기를 안 듣고 있기 때문에 편법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법의 취지는 기존 6개의 검찰 직접수사를 2개로 줄이는 내용이다”라며 “2개 범죄 안에 나머지 6개를 넣으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등’ 역시 2가지만 하라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다른 의미로 검사의 수사 총량을 줄이라는 게 법의 취지다. 이번 시행령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를 명백히 거부했다”며 “시행령이 법적 취지를 훼손했기 때문에 상위법을 침해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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