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돌릴 수도 없고..워킹맘은 방학 때마다 "난감하네" [초보엄마 잡학사전]

권한울 입력 2022. 8. 13. 06:03 수정 2022. 8. 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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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냉·난방시설이 갖춰진 요즘 시대에 방학 기간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68]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참고 다니던 직장을 결국 여름방학 때 그만둔다는 얘기는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7월 말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학교 돌봄교실은 방학 중에도 운영되지만, 방학마저 하루 종일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뒤늦게 아이가 시간을 보낼 만한 곳들을 알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수영강습 등 5~6월에 예약이 끝나 자리가 없는 곳이 많았다. 태권도, 피아노, 축구, 영어, 수영 등 각종 학원이 많아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것은 여덟 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점심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오히려 점심을 제공하는 돌봄교실이 더 나아 보였다.

여름·겨울 방학 기간 동안 워킹맘은 결국 돌봄교실과 '학원 뺑뺑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숙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둘 다 아쉬움이 많다. 모처럼 방학을 했는데 아이에게 하루 종일 돌봄교실에 있어달라고 하기엔 마음이 무겁다. 부모가 직장에 있는 시간만큼, 어쩌면 출퇴근 시간까지 감안해 더 많은 시간을 돌봄교실에 맡긴다는 게 워킹맘의 죄책감을 배가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학원 뺑뺑이'도 어렵다. 보호자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어떻게 챙겨먹을 것이며 학원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도 없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야 하는데, 아이가 뭔가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에게 위안이 될 수는 있어도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정이다.

아이에게 적당한 학습과 놀이를 함께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모 중 한 명이 집에서 식사를 챙겨주며 한두 개의 학원을 챙겨 보내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면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대개 그 결정은 엄마의 몫이다. 아이가 어릴 때나 학교에 다닐 때나 워킹맘은 한 번 이상 퇴사를 고민한다.

이쯤 되면 방학의 유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방학은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더위, 추위가 심할 때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휴학을 뜻한다. 방학의 목적은 계속되는 학업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휴식을 취하면서 심신을 전환하며, 다음 학기의 학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있다. 냉·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한 상태에서는 여름의 더운 계절과 겨울의 추운 계절에 학교에서 수업을 실시하기가 사실상 곤란하다는 이유도 있다.

아이들이 심신을 전환하고 다음 학기 학업을 준비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냉·난방시설이 갖춰진 요즘 시대에 방학 기간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 방학 기간과 직장인이 휴가를 낼 수 있는 기간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 '방과후수업'마저 없는 7월 마지막 주에 휴가를 내지 못한 워킹맘은 "남들은 일주일만이라도 휴가를 내고 바다로 산으로 놀러가는데 정작 내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1학년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워킹맘은 "아이가 아침 일찍 학교 서머캠프에 참여해 오후 4시에 귀가하니 학원 한두 곳만 다녀오면 퇴근하는 나와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상 돌봄교실마저 없는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의 방학 기간이 벌써부터 두렵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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