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상대 손해배상' 소송 이기고도.. 北저작권료 추심금 소송서 또 패소 판결

박진영 2022. 8.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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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승소하고 국내 북한 재산에 대해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까지 받아 냈으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사장 임종석)의 지급 거부로 진행된 추심금 소송에서 또 졌다.

이에 B씨는 중앙지법에 경문협이 보관 중인 북한 저작권료에 대해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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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포로, 전시 납북자 가족 등 소 제기
北저작권료 명목으로 20억원 넘게 징수
법원,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해 줘
'경문협', 지급 거부.."저작자들에 줄 돈"
법원 "北은 국가도 정치적 단체도 아냐"
"北 '권리능력' 없어"..경문협 손 들어줘

최근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승소하고 국내 북한 재산에 대해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까지 받아 냈으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사장 임종석)의 지급 거부로 진행된 추심금 소송에서 또 졌다. 이번이 두 번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재판장 김지철)는 지난 10일 6·25전쟁 전시 납북자 A씨 딸인 B씨가 경문협을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을 기각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던 A씨는 1950년 9월 북한 인민군에 의해 납북됐다. 생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전쟁 중에만 A씨를 비롯해 약 10만명이 납북됐다.

A씨의 유일한 혈육인 차녀 B씨는 2020년 12월 “북한과 수령인 김정은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위자료로 최소한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전후 납북 피해자들과 달리 전시 납북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관련 법인 6·25납북자법에 보상 규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B씨는 “강제 납치와 실종은 피해자들의 생사와 행방, 귀환 또는 유해 송환 등이 이뤄져야 끝나는 지속적인 범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사건 송달을 ‘공시송달’로 해 줄 것을 신청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당사자의 주소 등을 알 수 없어 송달할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그 취지를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게재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은 약 3개월여 만인 지난해 3월 B씨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B씨는 중앙지법에 경문협이 보관 중인 북한 저작권료에 대해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해 5월 이 역시 받아들였다.

법원은 B씨가 추심할 채권으로 “북한이 2005년 경문협에 국내에서의 북한 저작물 이용 계약 체결, 저작물 사용료 협상·징수 등 권한을 위임한 ‘저작권 협약’에 따라 경문협이 2015∼2016년 징수한 저작물 사용료 3억8219만230원”을 못 박았다.

경문협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대북 송금 길이 막힌 뒤 조선중앙TV 영상물 등 북한 저작물 사용료로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걷은 돈은 2020년 기준 23억여 원에 달했다.

기쁨도 잠시, 경문협이 지급을 거부해 B씨는 경문협을 관할하는 서울동부지법에 추심금 소송을 냈다. 경문협은 “북한이 아닌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등 저작물 저작자들에게 줄 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국가로 인정되고 사실상 주권국가 지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권리능력과 당사자능력을 향유하는 단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북한은 경문협에 대해 이 사건 피압류 채권을 갖는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경문협 손을 들어줬다. 북한을 우리 헌법 등 법체계상 국가는 물론 민법상 사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북한을 대내적으로 법률상 중앙정부인 대한민국에 대비해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사실상 지방정부와 같은 정치적 단체’로 볼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은 국가도, 지방정부도, 정치적 단체도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6·25전쟁 국군 포로인 한모(88)씨와 노모(93)씨가 B씨와 똑같은 절차를 밟아 항소심 중이다. 올해 2월 항소했으나 6개월 넘게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북한 상대로 국내 첫 손해배상 소송을 낸 건 2016년 10월이었다. 6년 가까이 재판이 끝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20년 북한군에 시신까지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두 자녀도 지난 4월 중앙지법에 북한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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