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돼도 당직 유지' '박용진 후보 박탈'..강성 지지층 장악한 野 당원청원

손덕호 기자 2022. 8.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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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탄용' 지적 받는 '당헌 80조' 개정 청원 1위
親文 당원의 '당헌 80조 유지' 청원은 동의 수 10%도 안 돼
이재명 강하게 비판한 박용진·최고위원 후보 자격 박탈 청원도
“검찰공화국을 넘어 검찰독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한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으며 사정정국이 예상되는 바, 민주당 의원 모두와 당원동지들을 위해서는 (당헌) 제80조의 개정이 꼭 필요합니다.”
“대선 때 국짐(국민의힘을 비하하는 표현) 지지하고 민주당 분열시키고 민주당 당론을 거역하고 민주당 망친 사람들 다시는 민주당 발 못 붙이게 해주세요.”

더불어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12일 오후 4시 현재 동의 수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청원 내용이다. 민주당이 일부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을 막겠다며 당원 청원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이 제도 때문에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수치로 증명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왼쪽부터), 강훈식,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부산 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달 1일부터 당원청원제도를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청원을 운영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당시 당원청원제도에 대해 “당원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을 위한 방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만명 이상 당원이 동의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중앙당에서 답변의 의무를 갖고자 한다”며 “2만명 이상이 댓글을 달거나 동의를 표시하면 중앙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5만명이 되면 답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청원이 도입된 것은 강성 지지층들이 의원들에게 보내는 ‘문자폭탄’ 때문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당원 의견이 당에 전달되는 통로를 보장해 문자폭탄 같은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당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원청원 제도 도입 후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들은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것들이 대부분이다. 당원 청원이 시작된 날 올라와 12일 만에 7만명 넘는 동의를 얻으며 이미 ‘답변 기준선’을 넘긴 ‘당헌당규 개정요청’ 청원이 대표적이다.

청원자는 “당헌 제80조를 보면 당내 선출직은 유·무죄 판단 없이 기소가 되면 바로 자격이 없어진다”며 “사정정국이 예상되는 바, 민주당 의원 모두와 당원 동지를 위해서는 해당 당헌이 변경 또는 삭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에 맞는 당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당헌 80조’ 개정은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반명,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반대 의사를 잇달아 밝히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중대한 전환을 당내 공개적인 토론도 없이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안건을 확정하고 투표에 붙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친문(親文)계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도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칙과 상식에 따라 당장 의원총회를 소집하라”고 했다.

당헌 80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도 있다. 이 청원은 지난 4일 올라와 6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중략) K-방역과 K-외교의 중심이셨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배출한 정당”이라고 썼다. 친문 성향 당원이 올린 청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청원은 당헌 80조 개정과 비교해 동의 수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당원청원 게시판 캡처.

다른 청원들도 반명·비명계 의원들을 당에서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1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은 ‘대선 해당 행위자 처벌’ 청원은 지난 대선 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인사들을 “민주당에 발 못 붙이게 해 달라”는 내용이다. 일부 당내 반명계 인사들을 겨냥한 청원이다.

1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세 번째로 동의자가 많은 청원은 ‘윤리위원회의 궤변과 이중잣대를 규탄한다’이다. 지방선거 기간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하고, 이른바 ‘짤짤이’ 논란을 일으켜 징계를 받은 게 잘못이라는 내용의 청원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오는 18일 최 의원 징계를 재심한다.

동의자 수 4위 청원은 지난 대선 이후 입당한 이 후보 지지층인 ‘개딸’들에게 전당대회 투표권을 달라는 내용이다. 청원자는 “당비 납부한 전적이 있는 신규당원들에게도 전당대회 투표권을 달라”고 했다. ‘전당대회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해야 하고, 지난 1년간 6회 이상 당비를 내야 권리당원으로 전당대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전국에서 온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달 17일 낮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모여 평산마을 평온 회복과 문 전 대통령 부부 안녕을 기원하는 집회를 했다. 집회 참석자들이 사저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거나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당 대표 후보 토론회 등에서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박용진 후보와 관련된 청원은 9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6위에 올라 있다. 청원자는 “박 후보는 지속적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며 “분명히 공명선거실천 서약서에 사인한 걸 당원 모두가 아는데, 후보자 비방, 흑색선전, 인신공격, 허위사실 공표 등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가리킨다. 박 후보가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므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청원자는 “최고위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로 공명선거에 반하는 인터뷰와 온라인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며 “모두 조사하여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함이 민주당을 위해 옳다”고 했다. 반명·비명 최고위원 후보들이 전당대회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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