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해야할 일 미루는 사람들의 특성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입력 2022. 8.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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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렸을 때 학교에서 참 많이 혼났었다. 주로 과제를 제 때 하지 않아서, 준비물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제출해야 하는 문서를 제 때 제출하지 않고 계속 미뤄서 같은 이유들이었다. 매번 늦다보니 (지각도 많이 했었다) 나중에는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다가 늦지 않으면 되려 놀라는 반응을 목격하기도 했다.

어쩌면 태어나서부터 계속해서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살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꽤 멀쩡하게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습관적인 미루기는 좋지 않은 결과들을 낳기 때문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덜 건강한 편이고 스트레스 수준도 높으며, 금전적인 문제를 더 많이 겪는 편이다.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 또한 비교적 낮다. 물론 거꾸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덜 건강하고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미루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미루는 행동으로 인해 하루 전 벼락치기 같이 식은땀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등의 경험을 우리는 이미 많이 해 보았다. 

어떤 사람이, 왜 미루는 행동을 보일까? 

물론 미루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우선 미루는 행동에는 유전적·성격적 요인이 꽤 큰 편이어서 미루는 행동은 꽤나 안정적으로 (잘 변하지 않는) 나타나는 편이다. 쌍둥이 연구 결과 미루는 행동의 약 반 정도가 유전에 의해 설명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미루는 습관은 다섯가지 주요 성격특성(성격 5요인 이론) 중 성실성, 낮은 충동성과도 큰 관련을 보여서 주로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이 미루는 행동을 많이 보이는 편이다.  

또한 일을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동기 수준이 낮은 것 또한 미루는 행동을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거리대의 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에 의하면 동기수준은 다음과 같은 식에 의해 결정된다. 

일을 잘 처리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고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수록 동기 수준이 높아지는 반면, 충동성이 크고 주어진 기한이 여유로우면 지금 바로 일을 처리해야 겠다는 동기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수학 숙제를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고 숙제 하나 정도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크며, 성격적으로 성실성이 낮고 집중력이 약한 데다가 숙제 마감까지 앞으로 몇 달이나 남았다면 차일 피일 과제를 미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감과 일의 중요성을 높이고 충동성과 기한을 줄이는 것이 미루는 행동을 줄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미루는 습관의 잘 알려진 또 다른 원인은 '부정적 정서와 스트레스'이다. 생각만 해도 지겹고 하기 싫은 일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일에 비해 미루기 쉽고 일을 할 때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 부정적 정서가 가득하다면 역시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일을 미루기 십상이다. 일이 가져오는 부정적 정서, 스트레스가 클수록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전략 (temporal mood-repair strategy)을 사용하게 된다. 미루는 행동이 자기 조절의 일환인 정서 조절의 한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콜로라도 볼더대의 심리학자 아키라 미야케에 의하면 동기수준도 낮은데 여기에 더해 일을 피하고 싶은 정도가 크다면 더더욱 높은 확률로 미루는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클수록 강박적으로 딴짓을 하는, 특히 요즘에는 강박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행동 등이 많이 나타나고 더 많은 시간을 미루는 데 쓰는 경향이 나타난다. 즐거운 딴짓거리들이 존재하면 할수록 더 목표 달성보다 정서 조절을 선택하게 되기도 한다. 한편 즐겁게 노는 시간이 끝나면 해야 할 일로 주의를 돌릴 줄 알고, 할 일을 까먹지 않고 잘 기억하며 계속 상기하는 습관이 미루기와 부적 상관을 보였다. 

어떻게 하면 미루는 행동을 줄일 수 있을까? 

미야케에 의하면 교육 현장의 경우 교육 자료를 열람하는 데 '기한을 둔다'든가 마감 일에 대한 '리마인더를 자주 주는 것' 등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미루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하게 해보고 효과가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에 대해 기록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5초 룰을 기억하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5초가 지나가기 전에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5초가 지나가면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그냥 하기'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바, 의지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아직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어른들의 경우에도 온전히 의지력에 기대어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이미 유혹이 강해진 후 참으라고 하기보다 유혹이 커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미아케는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며 미루는 습관의 영향과 그 원인들에 대해 학습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학교나 조직의 경우 구성원들이 함께 미루는 습관을 줄이자는 목표를 공통적으로 가져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줘서 사회적 지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위 '마감까지 남은 시간에 따른 과제 제출 빈도'를 나타내는 그래프(Miyake & Kane, 2022)를 보면, 남은 시간 0 즉 마감 당일에 제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경향이 나타난다. 필자를 포함해 이처럼 미루기는 흔하게 나타난다. 혼자가 아닌 것이다. 함께 미루기를 줄이고 스트레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지도록 하자. 신경과학동향/박진영 제공

※참고자료

Miyake, A., & Kane, M. J. (2022). Toward a holistic approach to reducing academic procrastination with classroom intervention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필자소개

박진영 《열등감을 묻는 십대에게》,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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