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데이터통신 최대 정보량, 수학으로 풀어낸 91세 수리물리학자

손인하 기자 2022. 8.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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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리브 프린스턴대 교수, 2022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상 수상 인터뷰
엘리엇 리브 교수는 논문을 400편 넘게 쓴 수리물리학계의 전설이면서, 동료들에게 친절한 신사로 통한다. 국제수학연맹 제공

응용수학 분야 공로상인 '2022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상'의 영예는 엘리엇 리브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물리학 겸임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리브 교수는 수학과 물리학 두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응용수학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양자정보이론, 통계역학, 고체물리학 등 여러 과학 분야에 업적을 남겼으며, 동시에 수학적 깊이가 있는 연구를 펼쳤습니다.”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상 심사위원회는 리브 교수의 업적을 이처럼 평가하며 수상 이유를 전했습니다. 이지운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현존하는 수리물리학계의 대가”라고 리브 교수를 소개했습니다.

리브 교수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두루 활약하는 수리물리학자입니다. 물리학 현상을 수학을 이용해 증명합니다. 그는 고체물리학과 통계역학, 함수해석학 등 정말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는데,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만 400편이 넘고 그의 이름을 딴 방정식과 부등식, 이론이 수십 개나 됩니다.

그만큼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막스 플랑크 메달(1992), 볼츠만 메달(1998), 앙리 푸앵카레상(1998) 등 물리학과 수학에서 받을 수 있는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었습니다.

국제수학연맹 유투브 캡쳐 

리브 교수의 대표 업적으로는 ‘폰 노이만 엔트로피의 강한 부등식’의 증명이 있습니다. 양자 시스템에서 주어진 정보량 중 필요한 정보량을 뽑을 때 그 정보가 주어진 정보량보다 크지 않다는 증명으로, 데이터 통신에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의 최대치를 증명한 식입니다.

권혁준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리브 교수가 증명한 식은 데이터 통신, 양자 컴퓨터 등에서 양자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브 교수의 대표 업적 중 다른 하나는 양자역학에서의 ‘물질의 안정성’에 관한 연구입니다. 양전하와 음전하로 구성된 물질을 가만히 두었을 때 하나의 점으로 붕괴하지 않고, 안정된 원자 구조를 가질 수 있는지를 ‘리브-티링 부등식’을 증명해 밝혔습니다. 이 증명은 198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의 블랙홀 연구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학은 물리학을 좀 더 깊게 이해하게 합니다!”

수리물리학 분야의 대가로 평가받는 리브 교수의 수상 소감부터 91세까지 연구할 수 있었던 비결까지 국제수학연맹(IMU)의 도움을 받아 6월 17일 이메일로 물었습니다.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상 수상으로 수학계에서도 인정받아 기쁩니다. 올해 초 미국 물리학회상을 받으면서 물리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았거든요. 두 분야에서 큰 상을 받으니 수리물리학자로서 뿌듯합니다.”

리브 교수는 상을 받았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이며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호기심’이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밝혔는데 왜 이런 물리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연구했다는 것입니다.

리브 교수의 이런 성격은 어릴 때부터 드러납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끝까지 알아보는 습관입니다. 라디오의 동작 원리가 궁금했던 리브 교수는 모스부호 관련 자격증을 땄습니다. 당시엔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모스부호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전기 공학자라는 꿈도 이때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리브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입학해 물리학자 매튜 샌즈 교수를 만난 계기로 물리학에 푹 빠지게 됩니다. 입학 당시에는 전기공학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물리학을 공부해 보니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처럼 실제 세계를 수식으로 표현하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리브 교수는 “수리물리학은 우리가 물리학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며 “수학적 증명으로 물리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분야를 공부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일하는 것도 즐겨

리브 교수는 영국 버밍엄대에서 수리물리학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일본으로 떠나 교토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일본어도 열심히 배워 의사소통은 거뜬히 한다고 합니다. 4년 뒤에는 다이아몬드 산지로 유명한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으로 갑니다. 푸라베이대에서 응용수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1년 동안 일했습니다.

“1961년 영국으로부터 시에라리온이 막 독립했을 때 저는 IBM 연구원이었어요. 다른 과학자들이 그곳에서 수학을 가르쳐 보자고 제안했고, 서아프리카의 멋진 자연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일종의 휴가라고 여기고 그곳으로 갔지요.”

푸라베이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리브 교수는 응용수학과에서 수리물리학을 가르쳤습니다.

40년간 매달려 푼 문제

리브 교수에게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냐고 물으니 “호기심은 시작일 뿐 연구를 이어가는 데에는 인내가 더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그는 무려 40년간 매달려서 고체물리학의 ‘보즈 입자의 가장 낮은 에너지’에 관한 식을 증명했습니다. 예상보다 풀기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풀었다고 해요.

리브 교수는 우리나라 나이로 91세이지만 고체물리학에 관해 아직도 연구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호기심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8월호,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상] 수리물리학의 살아있는 전설, 엘리엇 리브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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