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 현장서 與 의원 "비 좀 왔으면", 교통 난리 중 교통방송은 정치만

조선일보 2022. 8. 1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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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가운데)이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당 지도부와 찾은 동작구 사당동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임이자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에 봉사 활동을 나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말이다. 이날 봉사 활동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해임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후 처음 연 행사였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취재진에게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김 의원은 “평생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며 국회 예결위 간사직을 사퇴했다. 주 비대위원장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당원께 얼굴을 들 수 없다”며 “당 윤리위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당이 자꾸 사고를 친다”고 난감해했다. 하지만 대통령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림동 반지하 주택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했다가 여당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폭우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반포대로 등에 차량이 통제돼 극심한 혼잡을 빚은 10일 아침 출근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무더기로 출연했다. 이들은 김씨와 함께 정부 비판을 쏟아냈다. 운전자들은 “차가 너무 막혀 교통 정보를 들으려고 교통방송을 틀었는데 정부 욕하는 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교통방송이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재난 현장에 나가 봉사하는 것을 반드시 홍보용 쇼라고 비난할 것은 아니다. 현장에 가면 하나라도 더 보고 듣는 것이 있다. 하지만 고난을 겪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오래전부터 재난 현장에서 정치인들이 이상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아직도 반복되니 구제불능이란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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