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익신고자 김태우 유죄, 이러면 누가 권력 비리 고발하나
법원이 문재인 정권 때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이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하면 김 구청장은 직을 잃는다.
김 구청장은 정권 초 청와대 특감반원 당시 수집한 권력형 비위 의혹 30여 건을 세상에 알렸다. 최종 유죄판결을 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이 포함돼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리는 영원히 은폐됐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폭로 내용 중 30여 건 중 4건에 대해 유죄로 판결하면서 “(그의 고발이) 인사와 감찰이라는 국가 기능에 위협을 초래할 위험을 야기했다”고 했다. 국가 기능에 위협을 초래한 것은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감찰 무마 아닌가.
법원은 또 “수사기관 고발이나 감사원 제보 등 제도적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관련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권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언론에 폭로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만 돌아간다면 국가가 공익 신고자 보호 제도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권력형 비리는 99% 내부 고발로 세상에 알려지지만 고발자는 당장 권력 내부의 보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발자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언론을 통해서도 비리를 세상에 알린다. 국가가 공익 신고 제도를 통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구청장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문 정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조차 그를 공익 신고자로 인정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 신고와 관련해 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있을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김 구청장이 고발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행위는 법 규정상 공익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의 폭로가 공익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국민권익위와 반대로 본 것이다. 법을 협소하게 적용해 법의 궁극적 목적인 사회 정의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원은 김 구청장 개인의 비위 혐의를 거론하면서 “범행 동기도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가장 상투적인 공격이 그의 도덕성을 흠집 내는 것이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울물을 흐리고 농간을 부린 것은 문재인 청와대로 밝혀졌다. 법원은 이번 판결로 한국 사회에 정착돼온 공익 신고 제도에 흠집을 냈을 뿐 아니라 잠재적 공익 신고자의 용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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