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어난 건설사 '묻지 마 청약'에 난감

정순우 기자 2022. 8.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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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위 당첨후 계약 포기하거나 자격 미달인 청약자도 속출해

지난 10일 무(無)순위 청약 공고를 낸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의 공고문 첫 페이지엔 빨간 글씨로 ‘미자격자 및 계약 의사가 없는 고객은 청약을 자제해달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묻지 마 청약’으로 당첨이 됐지만 계약을 포기하거나 아예 자격 미달인 청약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최근 청약 시장 열기가 급속도로 식으며 미분양이 늘자 이를 처분하려는 건설사들 사이에선 “묻지 마 청약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말이 나온다. 일반 청약과 달리 무순위 청약은 예비 당첨자를 뽑지 않기 때문에 부적격자가 당첨되거나 당첨자가 계약을 취소했을 때 무순위 청약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

과거에는 1·2순위 청약 후 예비 당첨자 배정까지 마치고도 미분양 물량이 남으면 사업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었다. 건설사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거나 홍보관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판매하곤 했다. 하지만 정부가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19년 2월부터 미분양이 20가구 이상 발생한 단지에 대해 공식 시스템을 통한 무순위 청약을 의무화하면서 임의 처분이 어려워졌다. 현재 미분양 물량은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을 통해 처리해야 하는데 청약 1회당 100만~800만원의 비용이 들고, 회차 사이에 시간도 한 달 정도 걸린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묻지 마 청약이 사업의 큰 걸림돌이 되지만, 청약 자제를 호소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달 초 6번째 무순위 청약에 도전한 인천 연수구 ‘럭스 오션 SK뷰’도 ‘접수 전 대표전화로 문의 바람’이라는 문구를 공고문에 넣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청약 경쟁이 치열한 것도 아닌데 무순위 청약을 굳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미분양 해소가 더딘 아파트는 사업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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