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 추억을 그려낸 왕가위의 홍콩을 되짚다

김성현 기자 2022. 8.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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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왕가위의 시간

왕가위의 시간

스티븐 테오 지음|엽숙혜·여지원·신진하 옮김|모인그룹 열아홉|388쪽|2만9000원

“57시간 후 나는 이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가 보여주듯 홍콩 감독 왕자웨이(王家衛·왕가위)의 작품에서 언제나 중요한 건 구체적 시간이었다. “단 30분만이라도 영웅이 되고 싶어”(‘열혈남아’)라는 치기 어린 열망도,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아비정전’)라는 은근한 고백도 모두 시간을 통해서 표현된다. 1960년대 홍콩처럼 감독 자신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대학 연구원이자 영화학자인 저자가 감독의 영화들을 분석한 책. MTV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장면부터 세기말 정서까지 왕자웨이 작품의 영화적 매력을 조목조목 분석한다.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와 마누엘 푸이그,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들과 공통점을 비교하면서 “왕자웨이는 문학적 소양을 갖춘 감독”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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