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거래 빙하기 오나] 매물만 쌓이고 거래절벽..주택 시장 경착륙 위기감

황건강.신수민 2022. 8. 1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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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급매 안내문. [뉴시스]
주택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 거래가 확 줄어들었다. 시장에는 매물만 쌓이면서 호가(부르는 값)는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51건이다. 8월이 아직 2주 이상 남았지만 1년 전인 지난해 8월 거래량(4064건)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특히 5월 1743건, 6월 1074건, 7월 516건으로 주택 시장의 ‘거래절벽’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수세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4로 지난주(84.6)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7월 8일(83.2)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집값은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보다 0.08% 하락, 2019년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전 세계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SUNDAY가 1~6일 국내 부동산 전문가 20명에게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5%가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20%, ‘낙관적’이라는 응답은 5%에 그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치솟았다”며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당분간 매수심리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주택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장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내수 침체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위기 때처럼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주택 거래가 갑자기 뚝 끊기는 등 주택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급락하면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당장 부동산중개·인테리어·건설업계 등 관련 산업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는 “시장이 너무 빠르게 침체되면 집을 산 국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것”이라며 “이는 소비 침체와 국가 경제의 활력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규제지역이나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등 지난 정부의 반(反)시장적 규제를 서둘러 걷어내 시장이 정상 작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 시장이 연착륙해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집값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세제와 대출 규제 등으로 지금은 정작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사람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조속히 정상화해 주택 거래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황건강·신수민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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