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면 배제, 윤 대통령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 영향

박태인 입력 2022. 8. 13. 01:18 수정 2022. 8. 1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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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별사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안건을 심의·의결한 윤 대통령은 “이번 특별사면으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1]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민생을 앞세웠다. 도어스테핑에선 처음으로 모두발언도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면보다 호우 피해를 먼저 꺼내며 “많은 국민이 고통과 피해를 당했다. 정부는 피해 지원과 응급 복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뒤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사면을 언급했다.

이어진 문답에서도 ‘경제인 사면에 방점을 두고 정치인은 배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게 민생이고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경제인 사면에) 방점을 둔 것”이라며 민생을 거듭 강조했다. 이후 발표된 광복절 특사 명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포함된 반면 정치인은 모두 배제됐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MB 사면’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금 국민에게 무엇이 급한지 판단해 내린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사면의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정치인 사면 배제’ 결정엔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6월 9일 도어스테핑 때만 해도 MB 사면에 대한 질문에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53%였던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두 달 만인 12일 25%(한국갤럽 9~11일 성인 1000명 조사)까지 추락했다.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MB 사면에 대한 대통령실과 여권 내부 분위기도 덩달아 출렁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여권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그러면서 MB 사면에 대한 기류도 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광복절 특사의) 더 큰 명분은 국민 통합”이라며 “역대 모든 정부가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사면권을 행사했는데 이번 특사에 국민 통합은 온데간데없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은 친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사면되지 않은 데 대해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지만 김 전 지사는 제외됐고 이 부회장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MB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 초대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 화합이란 측면에서 저의 기대에 못 미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반면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주요 경제인을 엄선해 사면·복권함으로써 경제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면 결정이 반영된 수치는 아니지만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은 25%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르면서 9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부정 평가는 66%로 전주와 같았다.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긍정 38%·부정 54%)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70대(긍정 44%·부정 41%)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높은 경향은 3주 연속 이어졌다.

추가 하락이 멈췄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내부에선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심각한 수치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윤 대통령은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100일을 앞둔 지지율은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광우병 파동’으로 고전했던 MB(21%) 다음으로 지지율이 낮다.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 무렵 지지율은 78%였다. 하락세가 멈췄다고 단정짓기도 이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직도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김성원 의원의 망언 논란도 조사 마지막 날 불거져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뒤 며칠간 여권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윤 대통령 복귀 당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만 5세 조기 입학’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다음날 여당은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라디오 인터뷰에 나섰다. 윤 대통령도 호우 피해가 발생한 뒤 3일 연속 현장 방문에 나섰고 직접 마트에 나가 장을 보는 시민도 만났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홍 등 여권 내 악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인데 딱히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난감해했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영남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의원은 “최소한 수석급 두세 명은 교체해야 윤석열 정부가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인적 쇄신은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교체를 각오하고 있는 수석이 왜 없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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