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거래 빙하기 오나] 미·영 집값 5~10%, 캐나다 20% 하락 전망..뉴질랜드 2분기 13년 만에 최대 폭 떨어져

황건강 입력 2022. 8. 13. 01:09 수정 2022. 8. 1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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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미국·뉴질랜드 등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 시장이 금융위기 때처럼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매물 안내판. [EPA=연합뉴스]
17%. 미국의 국책 주택담보금융업체 패니메(Fannie Mae)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주택 시장 조사에서 ‘지금이 집을 사기 좋은 시기’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하반기에도 53%에 달했던 이 응답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30%대로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선 10%대까지 내려앉았다. 구매심리와 금리 전망 등 6개 항목을 종합한 주택구매심리지수(HPSI)도 62.8을 기록하며 2011년 8월(59.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구매심리만 놓고 보면, 미국 주택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단 얘기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신호는 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두 달간 7만5000달러(-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주택 평균 가격이 3만 달러(-3.8%) 낮아졌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도 3만5000달러(-2.8%) 하락했다. 미국 주택시장조사업체 블랙나이트가 집계한 지난 6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3% 상승했지만 전달(19.3%)보다 상승폭은 둔화했다. 블랙나이트는 “미국 내 25%의 지역에서 6월 주택가격 상승세가 3%포인트가량 둔화됐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의 온도 변화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 1년 넘게 집값이 고공 행진하던 국가들 대부분에서 하락 신호가 감지된다. 호주의 집값 통계 지표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호주 집값은 지난 6월 전월 대비 0.6% 하락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4월부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2분기 집값 하락폭은 2.3%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에 따르면 캐나다 집값도 지난 6월 전월 대비 1.9% 떨어졌다. 지난 5월엔 올해 2월 고점 대비 12.4% 하락한 데 이어,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고공 행진하던 이들 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나타난 원인은 뭘까. 시장에선 올 들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을 지목한다. 올해 초만 해도 연 3.22%에 불과했던 미국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연 5.81%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으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준금리가 빠르게 내리던 2020년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초 3.51%에서 연말 2.67%로 변동폭은 1%포인트가 채 되지 않았다. 반면 올 들어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도 반년 만에 2.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변화의 속도가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스티브 갤러거 콜드웰 뱅커 리얼티 부동산 중개사는 블룸버그를 통해 “고액 자산가들이 예전과는 달리 집을 살 때 고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에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 제동 신호가 들어오지 않는 한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향후 미국과 영국 집값이 5~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와 호주 집값도 각각 20%, 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닐 시어링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선진국 주택 시장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등은 모두 하락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아직은 금리 상승을 견딜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금리상승기 영향을 정면으로 받을 변동금리 대출자 비율부터 차이가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주택 소유자의 8%만이 변동금리 대출로 집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엔 변동금리 대출 비율이 36%였다. 뉴욕타임스는 “주택 시장에서 가격 균열이 나타나고 있지만 폭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활황인 곳도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파고 속에서도 금리를 동결한 일본이다. 일본의 주택가격지수(2010년=100)는 지난해 말 123.27에서 올 들어 128.93으로 오르더니, 지난 4월 132.75까지 상승했다. 일본에선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를 고수하는 가운데 엔화가치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에 싼값에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려는 해외 투자 자금이 몰린 것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는 올해 일본 부동산 시장의 외국인 투자 규모가 1조엔에 이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저 현상이 부각됐던 2007년과 2017년에도 외국인의 일본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자금의 일본 부동산 시장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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