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부끄러움

입력 2022. 8. 1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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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비밀
‘부끄럽다’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리말샘에 보면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라는 의미와 ‘스스러움을 느끼어 매우 수줍다’라는 의미로 구분한다. 첫 번째 의미에 해당하는 글자가 恥라는 한자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나라에 도가 없는데 국록을 받아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하고 귀하게 사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邦無道穀恥也, 邦無道富且貴焉)”고 했다.

‘恥’란 귀와 마음이 결합한 글자로, 몇 가지 어원이 등장하지만 어떤 설명에서도 귀와 마음이 결합하여 마음에 부정적인 작용, 즉 양심이 귀를 빨갛게 한다거나 패배의 상징으로 귀를 거두어들였기 때문에 귀를 잃는 것은 치욕이라는 의미와 연결된다.

중국 베이징에는 위엔밍위엔(圓明園)이 있다. 청 강희제부터 건륭제까지 150년에 걸쳐 조성된 가장 큰 별장이었다. 위엔밍위엔은 1860년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이곳을 파괴하고 전소할 뿐 아니라 이곳의 수없는 보물들을 약탈해 간다. 이곳을 방문하면 당시에 폐허가 된 뒤 어떠한 것도 정리하지 않은 유적들 뒤로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고, 중화를 다시 일으켜 떨치자(不忘國恥, 振興中華)”라는 큰 간판이 보인다.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뉴욕의 한복판에는 9·11 테러추모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테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 이외에 이곳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과 이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린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감추려 하지 않는다. 기꺼이 내어놓고 개방하며 무엇이 진실이며, 이것들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부끄러움은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심에 부끄러워 자기도 모르게 귀가 빨개지듯 모른 척 감춘다는 것은 자신을 속일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속이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양심에 따라 잘못된 것을 고치고 거울로 삼아 생각과 행동을 고치는 것이 부끄러움에 벗어나는 길이다. 사람다움은 자기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자신을 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혹 부끄럽다면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며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음(過則勿憚改)’이 삶의 중요한 가치와 덕목이 되어야 함을 다시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허철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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