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 1주 넘게 지속 땐 원인 치료로 '불씨' 없애야

정심교 입력 2022. 8.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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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려움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여름(6~8월)에 16만9176명으로, 겨울(1·2·12월)에 진료를 받은 환자(12만5156명)보다 1.3배 이상 더 많았고, 1년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여름철엔 모기·벌레에 물리거나, 덥고 습한 날씨로 땀띠·무좀이 잘 발병하고 휴가 때 일광화상을 입기 쉬운데, 이들 모두 가려움증을 잘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가려움증의 원인이 의외의 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약으로 가려운 증상을 완화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 경우 약을 중단하면 가려움증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만성적 긁는 행위, 가려움증 더 유발

가려움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피부질환’이다. 접촉 피부염과 아토피피부염이 가장 흔하다. 접촉 피부염은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자극물질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피부와 접촉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염증이 심할수록 가려움도 심해진다. 아토피피부염의 주요 증상은 건조한 피부와 심한 가려움증이다. 특히 여름철엔 땀이 겨드랑이처럼 접히는 부위를 자극해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 질환은 피부 장벽(몸을 둘러싼 기름막)이 심하게 손상당해 피부 수분이 쉽게 소실되고 건조해져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고령층에선 노인성 가려움증이 흔하다. 노화로 인해 지질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각질층의 기름막이 얇아지고 수분이 쉽게 증발하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워진다. 이밖에 만성 두드러기, 습진, 건선, 식품 알레르기, 피부 감염증, 땀띠 등 질환도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둘째는 ‘피부 외 질환’이다. 가려움증이 수주에서 몇 달씩 지속하면 내과 질환이 원인이 아닐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유박린 교수는 “가려움증으로 피부과를 찾아온 환자의 20~30%는 그 원인이 내과 질환”이라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이 있을 때 전신 가려움이 동반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서 생긴 ‘요독(尿毒)’ 때문이다. 요독은 콩팥에서 걸러지지 못해 몸에 남게 된 체내 독소로, 땀·피지를 분비하는 한선·피지선을 위축시켜 피부 건조증과 함께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김애진 교수는 “말기 콩팥병 환자의 60~90%는 피부건조증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신경질환도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날갯죽지 가려움증(감각 이상성 등 통증)은 날갯죽지에 도달하는 신경섬유가 손상당하면서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화끈거리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동반한다.

셋째는 ‘만성적으로 긁는 행위’다. 습관적으로 긁거나, 가려움을 참지 못해 계속 긁는 행위 자체가 가려움증을 더 부를 수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긁는 행위는 통증을 느끼게 해 가려움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리”라며 “하지만 피부를 계속 긁으면 피부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부 장벽을 두텁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뒷목 피부, 발목 등을 만성적으로 긁어서 피부가 두꺼워지고 주름진 질환이 ‘만성 단순태선’이다. 두꺼워진 피부를 긁어 상처가 생기거나 피가 나고, 진물이 나거나 딱지가 앉기도 한다.

일상 속 가려움증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은 ‘쿨링’이다. 몸에서 차가움을 인지하는 수용체(TRPM8)를 활성화하면 가려움증을 잘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10~20도가량의 시원한 물에 적신 수건을 가려운 곳에 대는 식이다. 시원하게 보관해둔 오이나 알로에베라를 바르면 기화하면서 쿨링과 진정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수용체는 멘톨 성분에도 활발히 반응한다. 멘톨 성분의 일반의약품·화장품을 가려운 부위에 바르는 것도 가려움 완화에 도움된다. 단, 얼음을 피부에 직접 닿게 하거나 오래 대는 건 피해야 한다. 가려움은 못 느끼게 해도 0도 이하의 온도는 민감한 피부를 더 자극하는 데다 동상의 위험까지 있어서다. 피부를 긁고 침을 바르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침이 날아가면서 쿨링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긁으면 피부에 난 미세한 상처에 침속 유해균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보습’도 중요하다. 피부가 건조하면 표피 내에 감각신경이 많아지면서 약한 자극에도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게 해서다. 하루에 물을 1.5~2L는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탈수를 막아야 한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는 건 피해야 한다. 탕 속 높은 온도가 피부 기름막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건조하게 하는 데다, 피부 염증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어서다. 때 밀기도 금기 사항이다. 각질층이 피부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 피부 건조를 막고 더러운 물질의 침투도 막아주는데, 때를 밀면 각질층이 벗겨져 쉽게 건조해지고 가렵게 한다.

보습 중요, 하루에 물 1.5~2L 마셔야

긁고 싶을 때 ‘1~2분만 참기’도 실천해보자. 정 교수는 “참을 만한 가려움증인데 긁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 첫 1~2분만 버티면 가려움증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가려움증 자극이 오면 피부 감각신경의 말단에서 일어나는 생화학 반응이 길어야 1~2분만 유지되고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려운 곳에 보습제를 바르거나,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가려움을 참기 힘들 땐 멘톨 성분의 로션·연고, TRPM8 특이 합성 효능제(Cryosim-1) 성분의 겔 제품, 보습제,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가려움증이 6주 이상 지속하면 만성 가려움증으로 진단한다. 만성 가려움증 대부분은 원인을 단번에 알기 힘들므로 의사에게 기저질환과 복용 약물을 알리고 혈액검사, 피부 조직검사 등을 받아 원인부터 찾아 나서야 한다. 고 교수는 “가려움증 정도가 참을 수 없을 만큼을 10점 만점이라 할 때 4점 이상, 하루에 가려운 시간이 3시간 이상, 가려운 기간이 1주 이상 지속하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인을 치료해야 ‘불씨’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원인 질환을 찾았다면 의사와 상의해 원인 질환과 가려움증을 병행 치료해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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