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녹슨 못' 자처했던 시인

신준봉 입력 2022. 8.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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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통한 존재 탐구의 긴 여정
못을 통한 존재 탐구의 긴 여정
이숭원 지음
문학수첩

시인 김종철(1947~2014)은 생전 해리 포터 시리즈를 출판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단순히 사업에 성공한 문인이 아니었다. 수십 년에 걸친 존재 탐구의 결과를 ‘못’이라는 상징적 대상 안에 담아낸 탁월한 시인이었다. 출판으로 번 돈을 문학에 환원해 시인수첩·문학수첩 같은 문예지를 일궜다. 그를 아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좌중을 휘어잡는 재담을 쏟아내던 모습이 역력하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기념 사업회를 꾸렸다. 시 전집(2016년)에 이어 매년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책을 만들고 있다. 그 세 번째 책인 『못을 통한 존재 탐구의 긴 여정』은 시인의 인간적 면모는 물론 1975년 첫 시집 『서울의 유서』부터 2014년 제8시집이자 유작 시집인 『절두산 부활의 집』까지 여덟 권의 세계를 알기 쉽게 소개했다.

저자 이숭원은 시인이 자신의 실상을 “가장 하찮은 녹슨 못”으로 인식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시인 자신만 못인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결국 하나의 못 신세 아니겠냐는 얘기다. 잘못 박혀 굽은 못도 문제지만 못이 박힌 자국은 상처와 죄의식으로 남는다. 시인은 이런 못 자국을 형벌이자 구원, 저주이자 축복으로 보는 존재다. 못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시론(詩論)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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