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리가 더 높은 걸" 인뱅 떠나는 고객 늘어난다

신수민 입력 2022. 8. 13. 00:01 수정 2022. 8. 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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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고비 맞은 인터넷은행
지난달 말 직장인 전영은(가명·34)씨는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상품을 해지하고 시중은행 상품으로 갈아탔다. 전씨는 “카카오뱅크를 주로 사용해 예금도 가입했던 건데, 이대로 가면 이자도 얼마 안 될 거 같아 시중은행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규진(26)씨는 “시중은행에서 토스로 갈아탔지만, 입·출금과 같은 간편 업무 외 적금은 시중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며 “큰돈을 맡기기에 불안하기도 하고 시중은행은 주거래 고객이라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카페에선 ‘더 높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법’이라는 글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대개 인터넷 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내용이다. 이 같은 ‘환승’ 현상에 불을 붙인 건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리가 뛰면서 은행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자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령 우리은행의 ‘우리첫거래우대 정기예금’ 상품은 최고 금리가 연 3.6%(12개월 만기 기준)인데,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상품은 연 3.1%다. 신한은행의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3.4%)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3.3%)도 카카오뱅크보다 높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핵심 사업 없어

최근 파격 고금리로 인기몰이 중인 파킹통장에서도 KDB산업은행의 ‘KDB Hi 비대면 입출금통장’은 최고 연 2.25% 금리를 제공해 케이뱅크(최고 연 2.1%)나 토스뱅크(최고 연 2%)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범 5년째인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사업 모델로 운영해 기존 은행과 구별되는 코어 비즈니스(핵심 사업)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더 나은 서비스나 조건을 제공하지 않는데 굳이 인터넷은행에 가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상품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출범 5년째를 맞은 인터넷은행이 고비를 맞았다. 플랫폼의 편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인터넷은행 상품 가입자들이 시중은행의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서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인터넷은행의 경쟁력 지표인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도 시중은행의 추격을 받는 모양새다. 빅데이터 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MAU 1~3위는 ▶토스뱅크(토스) ▶카카오뱅크 ▶KB스타뱅킹(KB국민은행)이었다. 토스의 MAU는 1392만, 카카오뱅크는 1319만, KB스타뱅킹은 1150만이다. 토스뱅크는 토스의 원앱으로 MAU가 산출됐다. 이 뒤를 신한은행의 쏠(905만)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증가세만 놓고 보면 이미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을 앞질렀다. KB스타뱅킹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2.9%나 증가해 카카오뱅크(1.7%)와 토스(0.2%)보다 증가율이 10배나 높다. 인터넷은행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성태윤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시장에 추가적인 경쟁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분명 있지만,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거나 소비자들의 편의를 주도적으로 높였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카카오뱅크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80% 이상은 대면 점포를 통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졌다”며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시켰다고 할 순 있지만 은행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에 인터넷은행 출범 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지난해 1분기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신규취급액 중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83.8%에 이른다. 반면 중·저신용자 비중은 16.2% 수준에 그친다. 전분기 대비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87.9%→83.8%) 기존 시중은행도 같은 기간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축소됐다(75.8%→71.7%). 지난해 말에는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상반기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가계대출 총량 규제 때문에 여신영업을 중단한 상황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성인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금융산업에 메기 역할을 했다면 시중은행이 자극을 받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늘어났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디지털 혁신’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기준으로 볼 때 메기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은행이 이 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된 건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점이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 같이 예대금리차로 수익을 내고 있고, 상품은 신용대출 중심의 여신 서비스 정도다.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 6월 기준 여신 잔액은 39조8000억원, 수신은 7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8.9%, 33.9% 증가했다. 하지만 덩치는 아직 시중은행의 4%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시중은행 4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자산 규모는 1741조원으로, 인터넷은행 총자산 규모(74조5000억원)의 23배에 달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처음부터 인터넷은행이 내세운 플랫폼 이익은 기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펀드나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존 은행과 큰 차이가 나기 어렵다”며 “이마저도 경쟁력이 부족해 수수료 이익과 같은 비이자이익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수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인터넷은행에서 할 수 있는 건 시중은행에서 다 할 수 있고 적금, 펀드, 청약, 대출에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며 “여기에 시중은행의 자산관리나 기업 관련 부문은 인터넷은행이 못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까지 확대되면서 대출 자산 확보나 연체율 관리도 난제가 됐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대출취급 1년 경과 시 연체율이 3.8%, 2년 경과시 6.7%로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런 신용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확대나 부실 위험 증가에 대비해 대출자산 운용을 다변화하거나 추가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본비율이 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저신용자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 순이자마진(NIM)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건전성은 낮을 수밖에 없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지금과 같이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선 이자 부담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스타뱅킹, 사용자 증가율 카뱅의 10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에 필요한 건 신용평가 능력이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결국 중금리 대출을 한다는 건 신용평가할 능력이 있고, 중금리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인터넷은행의 신용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2분기 실적을 보면 신용평가가 유의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손(미수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것)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대손 비용률도 같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만이 가진 플랫폼 중심의 수익과 역량 강화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다른 은행주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건 금융 플랫폼으로써 정체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2분기 실적에선 대출 성장이나 플랫폼 수익의 증가, MAU에서의 차별화된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토스뱅크도 결국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율이 34%나 되니, 계속 증자를 하려면 나머지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만큼 폭발적 성장성과 안정적 수익성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인터넷은행은 플랫폼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빅데이터, 융합 이 두 가지에서 새 수익 모델을 고민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워낙 포화상태다보니 그들이 하는 것을 안 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며 “혁신이라는 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10년, 15년 이렇게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들과 계속적인 차별성을 가진 비즈니스 은행업을 영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교수는 “인터넷은행에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한 건 디지털을 통해 비대면 사업을 하면서 비용을 낮추고, 이 절감 비용으로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로 많은 소비자에게 좋은 금리 조건과 편익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한 취지”라며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과의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설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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