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듯 아팠는데 수십년 후 알게 된 병명, 일명 '자살두통'[군발두통을 바로 알자]

박효순 기자 2022. 8. 1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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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단이 제대로 안된다
편측 두통서 눈물·콧물까지 증상
극심한 두통 발작에 일상생활 저해
생소한 증세에 공황장애 등 오해
발병 후 진단까지 평균 5.7년 고통
진단 늦을수록 우울증 등 겪기도

군발두통이란 가장 고통스러운 일차두통이다. 편측 두통이 생기고 눈물, 결막 충혈, 콧물 등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통증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두통 지속 시간은 3시간 이내로,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되며, 수면 중 두통 발작을 흔히 경험한다.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군발두통이 시작되면 환자는 극심한 두통 발작을 수개월간 반복 경험하게 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가 된다.

군발두통은 다른 일차두통 질환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특성이 있다. 고유의 특이한 두통 증세와 심한 두통장애를 경험하는 질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수의 군발두통 환자들은 첫 발병 후 수년간 병명도 모르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대 중반에 발병되어 매년 2~3주 동안 두통으로 고통받았지만, 공황발작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50대가 되어서야 군발두통을 알게 된 남성, 18세 여고 시절에 심한 편측 두통이 발병하였으나 부비동두통(코 부비동의 염증이나 부종이 주요 원인)으로 오진되고 2년 뒤 재발하고 나서야 군발두통으로 진단된 20대 여성, 여중 시절부터 매년 2개월간 고통스러운 군발기를 경험하였지만 병명도 모르고 30년 동안 견디다 두통클리닉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은 50대 여성. 이들 모두 군발두통의 진단과 치료 후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19세 이하의 청소년 시기에 발병하면 거의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445명의 군발두통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들의 군발두통 발병 후 첫 진단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7년이었다. 전체 환자 중 69%는 발병 후 진단까지 1년 이상, 36%는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군발두통이 젊은 시기에 발병할수록 진단 지연의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세 이하 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경우의 90% 이상이 1년 이상의 진단 지연을 경험했다. 30세 이전에 발병한 환자들도 70% 이상이 진단 지연을 겪었다.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 진단 지연 기간이 증가할수록 환자들에게 동반된 우울증의 유병률이 높았고, 특히 진단 지연 기간이 7~10년인 환자군에서는 자살충동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6.3%까지 증가하였다. 이러한 군발두통의 부정적인 정서적 영향은 군발두통이 단순 통증질환이 아니라 뇌질환의 일종으로, 두통 발생과 정서 조절과 관련된 신경생물학과 신경해부학적 공통점 때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군발두통은 파괴적인 일차두통으로 ‘자살두통’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 군발두통 환자들이 본인들의 두통 강도를 기술할 때 ‘죽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단 지연은 군발두통의 잘못된 진단과 치료로 연결되면서 두통으로 겪는 고통의 기간을 늘리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은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의학적 수준이 높은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문제이다. 군발두통 진단 지연이 현재까지 보편적 현상으로 관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군발두통의 유병률이 낮아서 많은 의료진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신경영상검사나 바이오마커 같은 객관적 진단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경험 있는 의사가 병력 청취를 바탕으로 하는 임상적 진단으로만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고=김병수 분당제생병원 신경과장,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

김병수 분당제생병원 신경과장,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

■겨울·봄 사이 자주 발생…매년 봄 세계 ‘군발두통의 날’ 행사

대한두통학회 등도 캠페인 앞장
환자들 치료수기 공모전 등 진행

군발두통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환절기나 특정 계절에 자주 발생한다. 보통 3월 21일은 ‘춘분’으로 이날 이후부터 낮이 더 길어지는 시기이다. 2018년 영국의 군발두통지지모임(OUCH, Organization for the Understanding of Cluster Headache)이 3월21일을 ‘군발두통 인식의 날’로 제정하였다.

금년 3월21일에는 군발두통의 진단과 치료에 인식 개선을 위하여 국제두통학회(International Headache Society), 대한두통학회 등 학술단체가 세계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군발두통 3부작’을 유튜브에 업로드하였다.

또한 루게릭병의 인식개선을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군발두통도 대중의 인식개선을 위해 5㎞ 걷고 달리기 행사가 해외 군발두통 환우회에서 진행된 바 있다.

대한두통학회에서는 매년 1월23일을 ‘두통의 날’로 정하고 전국적인 대중강좌 캠페인을 매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개최해오고 있다. 현재 코로나 유행 후 대면 대중강좌의 개최가 힘든 상황이다. 대한두통학회에서는 대안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두통질환의 교육과 인식개선에 노력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통환자들이 직접 본인의 치료수기를 담은 두통이야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2022년도 공모전도 9월30일까지 원고를 접수 중이다. 환자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두통질환의 인식 개선과 올바른 치료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통없는 행복한 세상’ 홈페이지에서 진행한다.

*도움말=안진영 서울의료원 신경과 진료과장

<대한두통학회 공동기획>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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