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유쾌하게 분위기 반전..롯데 외인 투수들의 '티셔츠 전통'
지난달 방출된 절친 스파크맨 위해
특별제작 티셔츠 입고 인터뷰 화제
2013년 유먼 깜짝 이벤트가 '원조'
팀워크 다지는 방법 등으로 애용돼
롯데 외인 투수 찰리 반즈는 지난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시즌 10승째를 따낸 직후 특별한 티셔츠를 착용하고 인터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티셔츠에는 반즈 자신과 이준서 매니저, 그리고 얼마 전 팀을 떠난 글렌 스파크맨이 그려져 있었다. 올해 반즈와 시즌을 함께 시작한 스파크맨은 2승4패 평균자책 5.31로 부진했고 결국 지난달 방출됐다. 대신 2020~2021시즌 뛴 댄 스트레일리가 다시 롯데로 돌아왔다.
반즈는 “스파크맨을 기억하려고 했다”고 했다. 둘은 ‘절친’이다. 반즈는 지난해에도 미네소타 트리플A 구단인 세인트 폴 세인츠에서 스파크맨과 함께 뛰었다. 스파크맨이 일본으로 이적하면서 이별했는데 이번에도 한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반즈는 “한국에서 이루고자 하는 게 쉽지 않아서 다시 작별했지만 아직도 연락 중”이라며 “스파크맨의 수염을 빨간색으로 바꾸면 스트레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옛 동료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롯데 외인 투수들은 ‘티셔츠’를 통한 연결고리가 유독 많다. 팬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 창구도 됐고, 팀워크를 다지는 메시지로도 활용됐다.
‘원조’는 쉐인 유먼이었다. 2012년 롯데와 계약한 유먼은 첫 시즌 13승7패 평균자책 2.55로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그는 팀의 리더로도 추억된다. 유먼은 2013시즌 4월 사비 75만원을 들여 제작한 티셔츠를 선수단에 나눠줬다. 사직구장 앞에서 찜닭을 종종 즐겨먹은 유먼은 티셔츠에 ‘찜닭 힘!’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당시 4연패에 빠져 있던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였다. 이듬해에는 티셔츠 앞뒤에 ‘뭐라카노?(뭐라고 하는 거야)’ ‘삐낏썰?(삐졌어?)’이라고 새긴 코믹한 티셔츠를 입고 다녀 웃음을 자아냈다. 동료들이 종종 했던 부산 사투리를 적은 것이었다.
2018시즌 펠릭스 듀브론트도 자체 티셔츠를 제작했다. 광복절을 맞이해 태극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를 선수단에 선물하며 한국 문화에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2020년부터 스트레일리가 포수 김준태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고 다닌 것도 크게 화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판매용이 아니다. 선수단 안에서 약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스트레일리의 행운’의 상징이 되면서 제작을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구단이 제작한 티셔츠 2600장이 전부 팔려나갈 만큼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롯데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스트레일리를 모델로 한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다. 스트레일리는 전준우, 딕슨 마차도 등 후속작도 내놨다.
이쯤 되면 ‘티셔츠 전통’이라 할 만하다. 롯데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외인 선수들이 많았던 이유로도 볼 수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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