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폭우에도 대통령 '퇴근'..위기관리센터, 언제 작동하나

서영지 2022. 8. 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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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날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지시' 대처가 뭇매를 맞은 가운데 여기에 대응하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오히려 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집중호우로 국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은 '퇴근'을 하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계신 곳이 바로 상황실"이라는 감싸기에 급급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0일 <한국방송>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느냐" "대통령이 계신 곳이 바로 상황실"이라고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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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중부 폭우]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발달장애인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한 다세대주택을 방문한 뒤 다른 피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날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지시’ 대처가 뭇매를 맞은 가운데 여기에 대응하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오히려 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집중호우로 국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은 ‘퇴근’을 하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계신 곳이 바로 상황실”이라는 감싸기에 급급했다. ‘정알못’(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대통령도 문제지만, 제대로 조언해 줄 참모가 없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이 대통령실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8일, 윤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퇴근한 시간은 오후 8시가 좀 넘어서다. 퇴근 길 “아래쪽에 있는 (다른)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는 걸 봤지만,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로 차를 돌리지 않고 자택으로 들어갔다. 그 시각, 화상회의시스템과 재난안전통신망, 국가비상지휘망을 갖추고, 윤 대통령의 자택 근처에서 24시간 상시대기한다던 미니 버스 크기의 ‘국가지도통신차량’은 어쩐 일인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전화 통화’를 하며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퇴근’한 시각, ‘상황실’에서 위기 현장을 진두지휘한 건 누구일까.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중 호우에 따라 비상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건 8일 오후 9시30분인데, 이상민 장관이 세종 정부청사 상황실에 도착한 건 오후 10시30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보다 더 1시간 뒤인 밤 11시 반이 되어서야 서울 정부청사에서 호우 대처 긴급상황회의를 개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의원은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고, 비가 많이 올 거 같다고 대기하자고 하면 국무총리나 행안부 장관이 퇴근할 수 있었겠냐”며 “그래서 ‘시그널’이 중요하다. 재난 예방이라는 게 호들갑을 떨어서라도 사고 안 나고 미리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비상 단계가 격상된 지 두 시간여 만인 밤 11시54분, 윤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나왔다.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은 상황에 맞춰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시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호우 피해 상황은 수능 시험이 아니지 않나. 실제로 동네에서 재난 피해를 대비하고 현장 대응을 하시는 분들은 소위 동사무소, 주민센터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 쪽은 “자택 인근 도로가 침수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다 “현장 대처에 매진해야 할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것”이라며 “매뉴얼에 따라” 현장에 가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느냐” “대통령이 계신 곳이 바로 상황실”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답변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계신 곳이 집무실”이라고 했던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을 재호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100년 만의 폭우에도 위기관리센터를 이용 안 하면 도대체 언제 하냐”(초선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당장 비 오는 현장에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위기관리센터에 가는 걸 두고 의전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한 참모들이 절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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