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하면 홍수..배수구에 쓰레기 마구 버리시면 큰일 나요"

강은 기자 2022. 8. 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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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석광고연구소, 캠페인 진행
담배꽁초 가득 쌓인 홍보물 공개
"빗물받이, 폭우 때 침수 막는 역할
투기 자제로 막힘 줄어들었으면"
이제석광고연구소 직원과 활동가들이 12일 서울 강남구청 앞에서 ‘꽉 막힌 배수구가 홍수를 부릅니다’ 캠페인을 하며 꽉 막힌 배수구 사진 스티커를 도로에 붙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빗물받이 뚜껑을 들어올렸다. 하수구를 막고 있는 낙엽과 비닐, 캔, 페트병 등을 맨손으로 치우기 위해서였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수도권 곳곳이 침수됐던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강남역 슈퍼맨’ 이야기다.

빗물받이는 도로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수구로 내려보내는 ‘입구’ 역할을 한다. 이곳에 쓰레기가 쌓이면 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누리꾼들은 하수구를 홀로 치운 남성에게 “의인”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편에서는 공공기관이 빗물받이를 좀 더 철저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제석광고연구소는 12일 공공기관과 시민이 힘을 합쳐 빗물받이를 깨끗하게 관리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게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제석 대표와 광고연구소 관계자들은 이날 강남구청 앞 대로변에서 “꽉 막힌 배수로가 홍수를 부릅니다”라는 문구와 담배꽁초 등이 빼곡히 쌓인 빗물받이 이미지로 구성된 홍보물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대형 저류조 등) 시설을 만드는 건 일반 시민이 직접 할 수 없지만,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건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지자체와 시민이 힘을 합쳐 배수구 막힘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아보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캠페인 현장을 지나던 주민 박경희씨(58)는 “예전에는 (빗물받이) 뚜껑을 열고 흡입장치로 청소하는 (지자체) 관리자들이 자주 보였는데 최근엔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이 길 가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부터 자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현재 약 55만7000개의 빗물받이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서울 곳곳에서 도로 정비가 많이 이뤄지면서 빗물받이 개수도 늘었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침수 피해를 겪은 일도 배수시설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과 후에 한 번씩, 일 년에 총 두 번 정기적으로 서울시와 자치구가 전 빗물받이를 청소한다. 폭우가 예보됐을 때는 침수 위험 구역을 중심으로 점검을 벌인다”고 했다.

침수 위험에 비해 여전히 빗물받이가 부족한 지역도 있다. 서울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강남구의 도로 면적(1㎢)당 빗물받이 개수는 4047개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3번째로 적다. 침수 피해가 컸던 서초구 역시 4100개로 큰 차이가 없었다.

빗물받이 설치는 일반 지역에는 10m 이상 30m 이하 간격, 강남과 같은 상습 침수 지역에는 10m 미만 간격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침수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는 유입률이 높은 빗물받이를 더 많이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난리가 났을 때는 각종 쓰레기가 몰려오기 때문에 이를 한 시간 간격으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공무원이 짧은 시간에 많은 빗물받이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근 주민들이 ‘내 집 앞에 있는 건 내가 치운다’는 생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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