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기고만장 폭주"..한 장관 "정치 구호 말고 구체적 지적을"
한 "개정 법률 '수사 축소' 관철 못해"..'입법 취지 반한다'는 것 인정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넓히는 내용의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9월10일)을 앞두고 검찰 수사권 문제가 또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와 야당의 갈등은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오는 29일을 전후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장관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넓힌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주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동훈의 기고만장한 폭주가 끝을 모르고 있다”며 “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항해)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한 국회의 입법적 노력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청법 개정안의 취지는 깡그리 무시한 채 보란듯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늘리려 한다 ”고 했다. 이들은 “한 장관의 행보는 ‘소통령’ ‘왕장관’을 뛰어넘는 권력의 전횡을 보여준다.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장본인은 한 장관”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직접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 장관은 “이번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 범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고 했다.
한 장관은 “다수의 힘으로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생생히 보셔서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개정 법률은 그런 ‘의도와 속마음’조차 관철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어 “게다가 ‘그 의도와 속마음’이 국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라는 국민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에서 만든 법에 정한 대로 시행령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법조·시민단체 “법무부, 시대적 과제 역행”
애초에 검찰 수사권 축소를 관철하도록 법을 꼼꼼히 만들지 않은 자신들을 탓해야지, 개정 법의 허점을 활용해 시행령을 만든 법무부를 왜 공격하느냐는 것이다.
의도도 불순하고 실력도 없다고 민주당을 비아냥댄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사실을 한 장관 스스로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시행령이 법률을 위반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국회법은 소관 상임위에서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에 송부하도록 규정한다.
법조·시민단체들은 법무부를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지 말라”고 했다. 민변은 “입법기관의 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법 개정 취지와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며 ‘무소불위 검찰’을 복원하려는 시행령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탁지영 기자 lh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20대 장교 숨진 채 발견···일주일 새 군인 4명 사망
- “강원도 산양, 멸종 수준의 떼죽음” 정보공개청구로 밝혀낸 30대 직장인
- 법원은 왜 ‘민희진 손’ 들어줬나···“아일릿 표절·뉴진스 차별 등 근거있어”
- 인천시청서 6급 공무원 사망 “업무 때 자리 오래 비워 찾았더니…”
- 기아차 출국 대기 줄만 300m…운 나쁘면 3일 넘게 기다려야 승선[현장+]
- [단독] 세계유산 병산서원 인근서 버젓이 자라는 대마…‘최대 산지’ 안동서 무슨 일이
- 아이돌 출연 대학 축제, 암표 넘어 ‘입장도움비’ 웃돈까지…“재학생 존 양도” 백태
- 출생아 80% 증가한 강진군의 비결은…매월 60만원 ‘지역화폐 육아수당’
- 음주운전 걸리자 “무직” 거짓말한 유정복 인천시장 최측근…감봉 3개월 처분
- 미국의 ‘밈 배우’ 전락한 니콜라스 케이지…그 좌절감을 승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