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도 궁금해..23살 돌고래 비봉이, 제주 바다로 잘 돌아갈까?

김지숙 2022. 8. 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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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비봉이 방사 어떻게 진행되나
국회 토론회서 야생적응 7일째 맞는 비봉이 상태 전해져
활어 쫓지만 아직 먹지는 않아..'홀로 훈련' 단점 있을 것
부적응 때 대책 여전미 미비, 음파탐지능력 훼손 우려도
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신도포구에서 마지막 남은 ‘수족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적응 훈련을 위해 가두리 시설로 옮기고 있다. 허호준 기자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 4일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마련된 야생적응장(가두리)으로 이동했다.

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한 돌고래 인기에 힘입어 비봉이의 야생방사 소식은 대대적인 ‘귀향 프로젝트’로 소개됐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긴 수족관 생활, 어린 시절의 포획, 나홀로 야생적응훈련. 모두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야 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수컷, 23살 추정) 앞에 닥친 장애물들이다.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 인근에서 혼획된 뒤 돌고래쇼체험시설 ‘퍼시픽랜드’(현 퍼시픽리솜)으로 팔려간 뒤 비봉이는 무려 17년이란 긴 세월을 수족관에서 살았다.

포획 전 제주 바다에서 만났을 제돌이(2009년 포획, 2013년 방사), 복순이(2009년 포획, 2015년 방사)가 아직 야생에 지내고 있다지만 성공적으로 무리에 합류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그동안 사육사가 주는 냉동 생선을 받아먹던 비봉이가 살아있는 물고기를 쫓고 사냥할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야생 본능이 되살아 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해양수산부 제공

이런 가운데 비봉이 야생방사를 계획한 ‘비봉이 해양방류를 위한 협약서’에 야생적응 실패 때의 로드맵이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비봉이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무리에 합류하지 못할 때, 바다에서 회수해 다른 수족관으로 옮기는 비용을 댈 주체나 재포획 절차, 방법 등의 중요 사항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음으로 바라는 방사 성공…관건은?

누구도 비봉이의 성공적인 바다 귀향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비봉이의 방사 계획과 최근 상태, 우려점을 나누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는 ‘비봉이 해양방류협의체’의 기술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제주대 김병엽 교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난해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퍼시픽리솜의 영업 중단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비봉이의 거취를 논의해 온 해양수산부, 관련 기관, 해양환경·동물단체의 관계자도 함께했다.

야생 적응 일주일을 맞는 비봉이의 상태는 어떨까. 성공적인 방사를 위한 평가 기준과 야생적응 실패 때의 대비책은 그간 보완이 되었을까.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쟁점을 질문과 답으로 재구성했다.

4일 바다 방류를 위해 가두리 시설로 옮기기 전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김병엽 교수 제공

Q1. 비봉이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제주대 김병엽 교수 “야생적응장 이동 당시 체중은 175㎏이었다. 7월1일부터 8월3일까지 퍼시픽리솜 육상 수조에서 활 고등어를 급여했고, 하루 10마리 정도를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야생적응장 이동 때 등 지느러미에 8번 표식을 새기고 위성항법시스템(GPS)를 부착했다.
가두리 생활 일주일째인데 활어를 쫓는 행동은 보이지만 아직 먹고 있진 않다. 혼자 훈련하는 점이 걱정이다. 여러 마리가 있어야 먹이 경쟁으로 인해 훈련이 빠른데 한계가 있다. 활력은 좋은 편이다. 제돌이 때도 일주일은 먹이를 먹지 않았다.”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 “이동·환경 적응 스트레스 등으로 체중은 줄어있는 상태다. 과거 사육 상태의 남방큰돌고래와 물범 등의 방류 작업에 참여했었는데 보통 활어사냥에 적응할 때에는 체중이 확 줄었다가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을 갖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해야할 것 같다.”

4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에 앞서 지느러미에 인식번호 ‘8’을 새겼다. 김병엽 교수 제공

Q2. 야생적응장은 어디에 있고, 어떤 곳인가

김병엽 교수 “해상 가두리(야생적응장)가 설치된 곳은 동료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주 발견되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포구 근처 해상 300m 지점이다. 조류가 비교적 약하고 계절풍의 영향이 덜 미치는 곳이라 방류적지로 판단했다. 아직 태풍이 발행하지 않았지만, 태풍이 오면 신도리 포구 안쪽으로 이동해 보호할 예정이다.
야생적응장은 직경 20미터, 깊이 8미터의 가두리로 그 안에는 3개의 음향탐지 부이가 설치돼있다. 음향 부이는 야생 개체와의 소통을 녹음하는 구실을 한다. 보통 돌고래들은 휘슬음과 클릭음 2가지의 소리로 소통을 하는데 이를 녹음해 비봉이가 야생 개체와 교류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야생적응장 근처 2곳에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설치해 야생 개체들의 이동과 접촉을 확인하고 있다. 비봉이 이송 뒤 야생 무리들이 가두리 주변에서 관찰된 것은 7일 중 5일이다.”

Q3. 오랜 사육기간으로 인한 음파탐지능력(반향정위·Echolocation)이 손상됐을 가능성은 없나?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돌고래는 초음파에 의해 지형지물을 인식한다. 17년 간 좁은 수족관 벽에 음파를 쏘며 비봉이의 공간 인지능력이 얼마나 떨어진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우려되는 지점은 비봉이가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생활하다 방사 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등이, 대포 사례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대포는 2002년, 금등이는 1999년 포획돼 각각 15년, 18년 기간 동안 감금돼 있다가 2017년 방류됐다.”

이경리 연구사 “수족관에서 비봉이의 음파탐지능력을 테스트한 적은 없다. 해외 수족관의 경우, 돌고래의 능력을 설명하면서 눈을 가린 채 특정 모양의 도형을 보여주고 다시 도형을 맞춰서 가져오는 것을 쇼처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으로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차원이다. 일단 비봉이는 먹이를 쫓아 가는 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조희경 대표님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음파탐지능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보진 않는다.”

비봉이의 야생적응장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연안에 300m 미점에 설치됐다. 김병엽 교수 제공
비봉이의 야생적응장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연안에 300m 미점에 설치됐다. 김병엽 교수 제공

Q4. 금등이, 대포 때와 달리 이번 방사에서 보완된 점이 있나.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 “금등이 대포의 방류 때의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파악해 이 점을 보완했다. 첫째 야생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목격되는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할 것, 둘째 인간 중심의 스케줄이 아니라 돌고래 중심의 스케줄을 짰다. 방류 날짜를 미리 특정하지 않고 충분한 적응기간을 가질 것이다.
셋째 비봉이와 야생무리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지 긴밀히 확인할 것이다. 넷째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선박 접근을 막고 야생적응 훈련과 방류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한다. 다섯째 비봉이의 활어사냥 능력이 충분하고 야생무리와의 동조행동을 자주 보이는 등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위치추적을 위한 지피에스(GPS)를 부착하고 방사한다는 것이다.”

조희경 대표 “비봉이의 감금 상황은 오히려 대포·금등이와 견주어서도 길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비봉이의 방류 결정에 반성적 고찰과 그에 따른 면밀한 계획이 동반되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방류지를 제주 함덕에서 대정으로 바꾼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봉이가 강한 생존력으로 살아남더라도, 애초에 야생 부적응 대책이 없는 것과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방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김병엽 교수 “앞서 성공한 방류 사례들과 다르게 비봉이가 혼자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금등이, 대포에 대해 저는 실패라는 용어를 절대로 쓰지 않는다. 실패로 보지 않는다. 두 마리가 실종됐다고 했을 때 제가 찾는 작업을 했지만 당시 발견된 7마리의 폐사체 가운데 금등이 대포는 없었다. 조희경 대표님 말씀처럼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런만큼 비봉이의 재야생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위성곤 의원실 제공

Q5. 방사 시기를 특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해양수산부 브리핑 등에서는 바다 적응 기간 30일이 자꾸 언급되는데.

조희경 대표 “협의체는 방류 날짜를 특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김병엽 교수님은 계속 한 달을 언급하고 계시다. 한 달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제 생각에는 미리 계획된 사업비의 기준이다. 야생적응 훈련 한달 이후의 예산이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이 비용은 호반에서 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 기간에 대한 사업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해양수산부에서 조달해야 할텐데, 결국 시민 세금이 쓰여지게 되는 상황이 되지 않을지 염려된다.”

해양수산부 이재영 과장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접하신 줄로 안다. 방류가 이뤄질 때까지의 비용은 언제가 됐든 호반이 부담하는 것으로 협약이 되어 있다. 다만 야생적응에 실패했을 때 회수 비용 등 대해서는 저희가 계속 협의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상태의 방류계획이 완벽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이러한 토론회 등을 통해 전문가들과 협의해 보완해 나가겠다.”

제주 해역에서 헤엄치는 제주남방큰돌고래 무리. 고래연구센터 제공

Q6. 비봉이의 방사 시점을 판단할 야생적응 능력 평가 기준이 있나.

김병엽 교수 “제돌이때부터 마련되어 있는 기본적인 평가 지침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이 사냥 능력이다. 일단 제주 바다에서 출현하는 다양한 먹이를 급여하면서 사냥을 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좁은 가두리에서 활어를 잡으려면 야생에서보다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재빠르게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건강과 행동적인 측면도 기술위원회에 계신 3명의 수의사 선생님들이 판단을 할 예정이다.”

조희경 대표 “비봉이의 방류는 ‘현재 건강하다’거나 ‘활어를 잡아먹는다’ 또는 ‘가두리 근처에 다른 돌고래들과 교류하는 것 같다’는 것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대포와 금등이 때도 같은 근거로 방류했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가두리 훈련장에 옮기고 일정 기간이 지나 방류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봉이의 생존력에만 의지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연구관 “소통의 한계 때문에 인간의 관점에서도 동물의 관점에서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복지 상태를 평가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쉼없는 노력으로 비봉이와 소통하고 비봉이에 대한 이해를 끌어올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 낸 후에 해양 방류를 결정하길 바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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