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여성을 더 힘들게 한다.."가사·육아 독박 때문"

김호빈 2022. 8. 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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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노동자의 동아줄일까.

여성 노동자는 재택근무로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했던 시절에는 부부가 가사·육아 노동을 나눠서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 노동자는 "기왕이면 여성 배우자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사·육아를 챙기는 게 좋다"는 사회적 압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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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 분석 
"여성 노동자의 53% 스트레스 호소"
게티이미지뱅크

재택근무는 노동자의 동아줄일까.

여성 노동자는 재택근무로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각국 여성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보고서 '여성 직장인 2022: 전 세계 현황(2022)'에 따르면, 여성들은 재택근무의 보편화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1년 전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다"고 했고, 46%는 "번아웃 상태"라고 답했다. 33%는 "정신 건강을 위해 일을 쉬었다"고 답변했다. "정신 건강이 양호하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이나 이른바 '꾸밈 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절약되고 동료의 얼굴도 보지 않아도 되는데, 왜일까. 여성이 가사 노동과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을 여전히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이유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맞벌이 부부를 예로 들어 보자. 재택근무가 불가능했던 시절에는 부부가 가사·육아 노동을 나눠서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여성 노동자는 "기왕이면 여성 배우자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사·육아를 챙기는 게 좋다"는 사회적 압박을 받았다. 재택근무를 하게 된 여성들은 결국 회사 일과 집안일을 전부 떠안게 됐다

반면 남성들은 재택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 미국 의회 연구모임인 퓨처 포럼 펄스(Future Forum Pulse)가 지난 5월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의 지식 노동자 10,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의 절반만이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는 "남성은 가사 노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마초적인 편견이 기업에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남성 노동자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가사 노동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남녀의 육아휴직 비율 차이를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여성들은 퇴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안에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응답은 여성 중간 관리자 사이에서 64%나 꼽혔다. "현재 직장에서 5년 이상 더 일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은 전체의 10%에 그쳤다. 최고위 경영진(23%)과 고위 경영진(21%)의 퇴직 의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이들이 가사·육아 부담에서 벗어난 연령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평등 의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하면 경제·사회적 지위 차이를 만들어내는 차별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김호빈 인턴기자 hobeen05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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