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 아파트 대출사기로 120억 증발..세입자도 손배소 '날벼락'

김성수 2022. 8.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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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업체 전세입자 서류 위조..대출금 120억 편취
"일부 세입자 금전저거 댓가 받고 사기에 가담"
신한캐피탈, 세입자에 손배소 제기
일부 승소판결 받았지만 법원 "서류심사 과실도 있다"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신한캐피탈이 아파트 전세입자들에게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대출 브로커’에 사기를 당해 약 120억원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캐피탈은 이를 손실처리했지만, 일부 세입자들이 사기에 가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세입자 한 사람이 3000만원 이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판결문에는 애초에 신한캐피탈이 대출 서류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내용이 포함돼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조 서류로 대출받아 편취

12일 투자은행(IB)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세입자(피고)가 신한캐피탈(원고)에 3000만원과 기간별 이자(5%, 12%)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지난달 22일 내렸다.

이번 사건은 부영주택이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일원 ‘남양주 월산사랑으로 부영1·2차 아파트’(월산부영) 미분양분에 대해 전세임차인을 모집한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영주택은 그 해 5월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내고 아파트를 공급했고, 일부 공가(빈집)에 대해서는 전세로 임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이들 전세임차인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대출모집 업무를 ‘대출 브로커’인 엘앤에스에 위탁했다. 엘앤에스는 금융기관이 전세보증금 채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할 때 ‘서류 심사’만 한다는 점을 노렸다.

먼저 엘앤에스는 2019년 9월쯤 대출신청자를 모집해 부영주택과 월산부영아파트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신청자들이 임대차보증금 중 계약금만 지급했을 뿐인데도, 마치 잔금을 모두 내고 아파트에 전입한 것처럼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한 후 이를 신한캐피탈에 제출해서 대출을 신청했다.

신한캐피탈이 서류심사 후 입금한 대출금은 엘앤에스가 모두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전세입자는 대출계약에 따른 전세자금을 받은 적이 없고, 대출이 실행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엘앤에스는 지난 2019년 10월쯤부터 2020년 4월쯤까지 약 6개월간 총 57회에 걸쳐 119억13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가로챘다. 이 돈을 편취한 사람들은 형사소송에서 각각 징역 2~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120억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신한캐피탈은 대출신청자(전세입자)가 부실자료를 제출해서 중대한 손실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대출계약의 기한이익이 상실됐음을 통지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자금에 대해 만기 전에 회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전세입자들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한 상태로 신용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전세입자들 대부분이 이 사기에 가담했다고 보고, 이를 수사하는 민·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의 판결이 나와야 세입자들이 상환의무가 있는지 여부도 가려지게 된다. 만약 소송 결과 세입자들이 ‘선의의 피해자’였음이 밝혀지면 채무도 사라지고 신용도 회복된다.

인당 3000만원 배상 판결

신한캐피탈은 이와 별도로 대출신청자 50여명에게 각각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대출신청자 중 상당수가 이번 사기사건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대출신청자 중 선의의 피해자가 섞여 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대출신청자 대부분이 엘앤에스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사기라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대출신청을 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들을 선의의 피해자라고 볼 수 없어서 내부 절차에 맞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중 엘앤에스와 무관한 선의의 피해자가 있었는지 여부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대출신청자 1명에 대해 신한캐피탈에 3000만원과 기간별 이자(5%, 12%)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다른 대출신청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계산해서 1인당 3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가정할 경우 50명이 낼 금액은 15억원이다. 신한캐피탈이 입은 120억원의 피해금액 중 최소 15억원은 대출신청자들이 부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신한캐피탈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법원은 신한캐피탈이 대출 서류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이번 사건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판결문에는 “이번 대출 사고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원고(신한캐피탈)가 대출모집 업무 위탁 시 준수해야 할 금융기관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촉발된 측면이 있다”며 “이에 대한 원고의 과실이 중대해 보인다”고 적혀있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의 원금을 3000만원으로 제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전세입자들은 신한캐피탈에 상환해야 할 대출금 액수가 ‘3000만원 및 이자’로 줄어드는 셈이다. 신한캐피탈은 이를 감안해서 충당금을 잡고 손실로 처리했다. 또한 대출심사 과정에서 사기에 대한 의심이 부족했던 점 등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신한캐피탈이 최종 서류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점을 법원도 사실로 확인했다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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