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등 비리경제인 결국 사면, 언제까지 '법 위의 재벌'인가

한겨레 2022. 8. 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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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포함해 1693명에 대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등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단체들도 줄기차게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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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부가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 김혜윤 기자, 김태형 기자, 공동취재사진 unique@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포함해 1693명에 대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대상에서 빠졌다. 그나마 낮은 지지율 탓에 정치인의 무분별한 사면은 절제된 셈이지만, ‘법 위에 재벌 있다’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명제는 외려 더 도드라지게 확인됐다.

출범부터 ‘친기업’ 기조를 노골적으로 밝혀온 윤석열 정부는 미리 사면의 ‘예고편’을 틀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등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단체들도 줄기차게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요구했다. 심지어 삼성의 법적 의무 이행을 감시한다는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까지 거들고 나설 정도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늘 그랬듯이, 명분은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이번에는 ‘반도체 위기론’이 주요 레퍼토리다. 그러나 재벌 총수 사면이 국가 경제는 물론 해당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검증된 바 없다. 이 부회장만 해도 지난해 가석방 이후 ‘5년 취업제한 규정’에도 아무 구애 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사면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 그룹 회장은 지금의 경제 국면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재벌 총수의 불법행위가 기업과 주주에게 입히는 경제적 피해를 생각하면, 이런 ‘면죄부’가 외려 미래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재벌 총수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 여부가 엇갈리자 국민 여론을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성률이 높은 조사 결과는 경제위기 속에 여론 주도층과 언론들의 일방적인 여론몰이와 무관하다 보기 어렵다. 반면 2017년 우리 사회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가를 묻는 한 여론조사에선 9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이로써 윤 대통령이 특검팀 일원으로 직접 참여했던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적인 두 뇌물 공여·수수자가 모두 사면복권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물산 합병 당시 회계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때 되면 다 풀어줄 거라면 재판은 뭐 하러 하느냐”고 물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이 ‘공정’과 ‘정의’인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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