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국주의 화신.. 그는 진짜로 죽었을까
당시 日 권력 정점 도조 히데키 실체 해부
'국가는 병영·국민은 군인화' 신념 아래
日 국민 정신·육체 길들이고 희생 강요
우경화 日, 반성 없이 '과거의 영광' 집착
저자 "도조 히데키 낳은 역사 제대로 알고
日사회서 극복할 때 그는 정말로 죽을 것"
도조 히데키와 제2차 세계대전/호사카 마사야스/정선태 옮김/페이퍼로드/3만3000원
패전 선언 후 책임있는 자들은 연이어 자결했다. 도조의 자결도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차남조차 “함께 자결하자”고 할 정도였다. 도조는 “죽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이 낫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일본 내부는 물론 맥아더의 점령군 사령부 측에서도 곧 열릴 전범재판에서 천황 대신 책임을 져야 할 도조는 살아있어야 했다. 결국 그를 잡아들이기 위해 미 점령군 헌병이 자택을 에워싸면서 도조 자살 미수 사건이 벌어진다.
연합군이 체포 대신 사살을 택할까 두려워했던 도조는 집을 포위한 미 헌병이 현관문을 두드리자 간단한 문답 후 문을 걸어 잠근다. 그리고 미리 동그라미를 그려둔 심장 쪽으로 권총을 발사한다. 하지만 왼손잡이인 데다 발사 순간 권총이 위로 들리는 바람에 탄환은 심장을 비껴갔다. 마침 현장에 동행했던 일본 기자에게 도조는 이렇게 말한다. “한 방에 죽고 싶었다. 시간이 걸린 것이 유감이다….대동아전쟁은 정당한 싸움이었다. 국민과 대동아 민족에게는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도조가 이송된 병원 일본 의사는 환자를 살릴 생각이 없었다. 그를 살린 건 맥아더가 보낸 미국인 의사와 미국인 병사의 헌혈이었다. 일본 여론은 도조가 말만 그럴싸하게 했을 뿐 실제로는 의지가 약해 철저하게 마무리하지 못해 추태를 보인 것으로 여겼다.
저자는 도조의 실체가 드러나야 하는 이유로 ’반성’을 꼽는다. 아시아 전체를 전쟁의 불구덩이에 밀어 넣은 근대 일본 정치의 한계를 도조 히데키나 몇몇 전범에게만 뒤집어씌워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군사 지도자는 정치와 군사의 관계에 대해 무지했고 국제법규에도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군인이야말로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생각한 그는 국가를 병영으로 바꾸고 국민을 군인화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겼다. 그런 그는 적어도 20세기 전반의 각국 지도자들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인물이었다. 왜 이러한 지도자가 시대와 역사를 움직였던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이 나라가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다.”
일본에선 도조를 미화한 영화가 흥행작이 되고 도조 손녀가 출마하는 등 과거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우파 민족주의가 9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세력을 확대하면서 일본 사회는 우경화되어 가고 있다. 도조 히데키의 전쟁 범죄 행위가 “서양의 침탈 아래 신음하는 아시아 민족들을 해방하고 궁극적으로 아시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대동아공영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헌법에서 전쟁 금지 조항을 지우고 자위대를 국가 군대로 공식화하는 개헌을 추진하려고 애쓰고 있다. 개헌을 실행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산이 남아 있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일본도 평화 헌법에서 벗어나 군대를 가지자는 여론이 늘고 있다. 저자 호사카 마사야스는 도조 같은 독재자를 낳은 일본 역사를 모두가 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조와 같은 지도자가 어떻게 일본 국민정신과 육체를 길들이고 동원했는지가 모두에게 공유될 때 비로소 도조가 진짜로 매장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1948년 12월 23일 오전 0시 1분, 도조는 6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어느 날엔가 ‘도조 히데키’는 다시 한 번 죽을 것이다. 그로 상징되는 시대와 그 이념이 다음 세대에 의해 극복될 바로 그때 그는 정말로 죽을 것이다. 도조 히데키를 정중하게 매장하는 것은 다시 말해 공과 죄를 물어 매장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일까.”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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