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벗은 '이재용 뉴삼성'..'경제 구원투수' 이것부터 챙긴다

이승훈,오찬종,정유정 2022. 8. 12.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李부회장 5년 취업제한 풀려
인수합병 과감한 결단 기대
반도체·바이오 등 성장동력
새 투자계획 발표 전망도
외환·금융위기 극복 때처럼
이번에도 삼성이 앞장설 듯

◆ 광복절 특사 / 이재용의 뉴 삼성 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복권되면서 삼성그룹은 `오너 책임경영`을 통한 재도약에 나서게 됐다. 이날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 사기(社旗)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 조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경영 참여가 제한된 지 5년여 만에 '족쇄'를 벗게 됐다. 이 부회장이 이날 밝힌 메시지에는 완전히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와 방향성이 담겼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동시에 '사회와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자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가 다시 폭발하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대혼돈에 빠져드는 상황에서다. 전대미문의 복합위기가 다가온 상황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삼성그룹이 다시 '책임경영' 체제를 회복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과거에도 경제 위기를 타개해가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외환위기 때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매출을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 한국 경제를 수렁에서 탈출시키는 데 기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4년간 매년 매출액을 10조원씩 성장시키면서 경제 회복을 주도했다. 당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0.8%로 추락했다가 2010년 6.8%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의 막대한 투자와 고용이 경제 위기 때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삼성은 지난 5월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2026년까지 450조원의 투자와 약 8만명을 채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족쇄'가 풀린 만큼 투자 집행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 신성장 정보기술(IT)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이 부회장이 화두로 던졌던 '기술 선도'를 위해서도 투자와 우수 인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위한 전략 재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경기가 다시 '겨울'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에서 미·중 갈등으로 인해 불확실성까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선언한 가운데 삼성이 추격자 위치에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선 대만 TSMC가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의 공백기에 삼성이 대만으로부터 맹추격을 받으면서 국가 경쟁력도 악영향을 받았다"며 "이 부회장이 삼성을 개혁하는 데 집중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관심사는 삼성이 대형 인수·합병(M&A)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개척할지다. 그간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굵직한 투자 진행에 애로 사항이 있었지만 이제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을 들여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약 5년째 '빅딜'을 진행한 적이 없다. 당시 M&A를 주도했던 것이 이 부회장이다. 다시 경영 참여가 정상화된 만큼 굵직한 M&A로 삼성에 새로운 청사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실적 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수준의 M&A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월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M&A를 위한 밑그림 작업은 이미 마쳤다. 최근 삼성전자는 새로운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으로 퀄컴 출신인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했다. 신사업 TF는 5월 한 부회장 직속으로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를 성사시켰던 경험이 있는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반도체혁신센터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설계업체) 등 파운드리나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기업들이 피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부회장이 3월 주주총회에서 메타버스와 로봇 등 신성장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래 먹거리 분야와 관련된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유력 M&A 대상 기업으로는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회사 NXP와 독일 반도체 회사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여러 후보 기업이 꼽힌다.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미국 인텔과 공동 투자 방식으로 인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126조원으로 M&A를 하는 데 충분한 자금은 확보한 상태다.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 정유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