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이보게 내가 흥행 감독이 될 상인가?"[무비와치]

김범석 2022. 8.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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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개봉한 '헌트'를 재관람하며 또 한 번 소름 돋는 경험을 했다.

물론 노련한 베테랑 촬영 감독 이모개가 손발을 맞췄지만, 최종 책임자인 이정재 신인 감독이 한국 현대사의 뒤틀린 한 페이지를 이렇게 담담하고 그럴듯하게 직조해내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4년 전 '남산'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던 시나리오를 이정재가 판권 계약했고, '신세계'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공동 제작자로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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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8월 10일 개봉한 ‘헌트’를 재관람하며 또 한 번 소름 돋는 경험을 했다. 이게 정말 이정재 단독 연출이라고? 공동이나 고스트 총감독의 조력 없이 이정재 혼자 이런 고 퀄리티를 구현했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물론 노련한 베테랑 촬영 감독 이모개가 손발을 맞췄지만, 최종 책임자인 이정재 신인 감독이 한국 현대사의 뒤틀린 한 페이지를 이렇게 담담하고 그럴듯하게 직조해내다니 놀라웠다.

이정재가 감독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처음 접한 건 지난 2015년 무렵. ‘마이 리틀 히어로’, ‘공조’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영화사 이창과 이정재가 각본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쇼박스가 기획 개발비를 댄 로맨스물이었고 1년 가까이 쿠킹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고를 뽑지 못하면서 이정재 감독 프로젝트는 조용히 흐지부지됐다.

그럼 그렇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지 무슨 감독까지 욕심을 내나?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4년 전 ‘남산’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니던 시나리오를 이정재가 판권 계약했고, ‘신세계’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공동 제작자로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초반엔 한재림 감독이 연출할 뻔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정재가 다시 연출에 도전했다. 재수였다. 캐스팅 과정도 험난했지만 결국 청담 부부로 불리는 베프 정우성이 삼고초려 끝에 가세했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집권한 5공화국 시절 서슬 퍼런 안기부를 배경으로 한 ‘남산’은 이정재의 손을 거쳐 ‘헌트’로 부활했다. 칸 영화제에 진출했지만, 한국 현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 보니 해외에선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재편집을 거쳐 개봉 이틀 만에 40만 관객을 모은 ‘헌트’는 빅4 텐트폴 중 가장 낫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작품성과 화제성, 오락적 요소까지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군부가 나라를 집어삼킨 야만의 시대를 그렸지만, 영화는 전혀 야만스럽지 않았던 거다.

‘헌트’가 호평받는 가장 큰 지점은 관객에게 화나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주인공은 대통령을 노리는 안기부 내 스파이 동림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될 뿐 관객에게 필요 이상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서로 총구를 겨누지만, 눈도 부릅뜨지 않고 절제와 압축, 생략을 통해 더 많은 생각거리와 이야기를 촘촘히 쌓아가는 세련된 방식의 연출을 보여줬다. 당연히 억지스럽지 않고 결말도 쉽게 예측되지 않아 영화의 스릴감이 증폭됐다.

한재덕 대표 사단으로 통하는 황정민, 이성민을 비롯해 박성웅, 김남길, 주지훈, 조우진 등 카메오로 참여한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 중 압권은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군 이웅평을 연기한 황정민이었다. 라면을 먹는 짧은 분량임에도 서늘하고 강렬한 연기로 특별출연의 교과서를 보여줬다.

제목 ‘헌트’는 사냥하지 않으면 사냥감이 된다는 중의적 표현이며, 두 주인공이 계단에서 한바탕 격투하며 한 몸이 돼 구르는 장면은 둘의 은밀한 공동 목표가 생긴다는 걸 보여주는 복선이었다. 광복절 연휴 극장을 찾는다면 답은 ‘헌트’다.

(사진=이정재 감독(위)/영화 '헌트')

뉴스엔 김범석 bskim12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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