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장애보다 더 아픈 편견..정신질환자 가두는 사회
인간의 역사는 신체 기형이나 장애, 나병 등의 질환, 인종이나 종교에서의 소수자성, 이성애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성적 지향, 입양이나 정신장애 등 다양한 속성에 낙인을 찍고 배척해왔기 때문이다.
평생 심리학을 연구해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UC샌프란시스코 정신의학과 교수가 된 저자 스티븐 힌쇼는 정신질환자와 그들에 대한 낙인 효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연구를 오래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하이오주립대 철학과 교수로서 존경받는 인물이던 그의 아버지가 사실은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1971년 대학교 1학년 봄방학에 아버지에게 "가끔씩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는 첫 고백을 들은 이후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세 살 때 친모를 여읜 아버지는 유년 시절 양어머니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받았고 유전적인 여건에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조증과 울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심각한 증상이 있었던 것이다.
저자와 여동생은 아버지의 증상이 나타나 어딘가 사라져 있을 때마다 불안감에 떨면서도 서로 그 얘기를 꺼내지 못했고, 저자의 어머니는 마치 아버지가 없는 사람인 양 모든 걸 꼭꼭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정신병에 대해 사회가 찍는 '사회적 낙인'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저자 역시 첫 번째 고백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24년간(1971~1995년) 대화를 시도했고, 그 이야기를 정리해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다시 22년(1995~2017년)이 걸렸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것은 정신질환을 향한 낙인이 정신질환 그 자체보다 나쁘다는 주장이다. 그가 겪었듯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정신질환자 자신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정신장애의 확실한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적절한 개입을 하면 대체로 신체 장애에 대한 치료만큼 효과를 볼 수 있기에 그들이 숨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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