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행령 쿠데타" 비판에, 한동훈 "깡패·갑질수사 왜 안 되나"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탁지영 기자 2022. 8. 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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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넓히는 내용의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9월10일)을 앞두고 검찰 수사권 문제가 또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와 야당의 갈등은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오는 29일을 전후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장관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넓힌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주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동훈(법무부 장관)의 기고만장한 폭주가 끝을 모르고 있다”며 “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항해)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다. “한동훈의 연이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는 반드시 윤석열 정부와 본인의 앞날에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한 국회의 입법적 노력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청법 개정안의 취지는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는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한 장관의 행보는 ‘소통령’, ‘왕장관’을 뛰어넘는 권력의 전횡을 보여준다.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장본인은 한 장관”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직접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 장관은 “이번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 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고 했다.

또 “서민을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수사, 무고수사를 도대체 왜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한 장관은 “다수의 힘으로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생생히 보셔서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개정 법률은 그런 ‘의도와 속마음’조차 관철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그 의도와 속마음’이 국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라는 국민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에서 만든 법에 정한 대로 시행령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애초에 검찰 수사권 축소를 관철하도록 법을 꼼꼼히 만들지 않은 자신들을 탓해야지 개정 법의 허점을 활용해 시행령을 만든 법무부를 왜 공격하느냐는 것이다. 의도도 불순하고 실력도 없다고 민주당을 비아냥댄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사실을 한 장관 스스로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시행령이 법률을 위반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국회법은 소관 상임위에서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에 송부하도록 규정한다.

법조·시민단체들은 법무부를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지 말라”고 했다. 민변은 “법무부와 같이 해석한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중요범죄에 기타 모든 다른 범죄를 포섭시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며 “입법기관의 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정합성도 없는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거치며 간신히 진행돼온 지난 5년간의 검찰개혁을 무위로 돌리고 국회와 사생결단으로 대결에 나서는 것으로 극심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법 개정 취지와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며 ‘무소불위 검찰’을 복원하려는 시행령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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