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대표 "한국 생산 차 수입해 中 시장서 다시 인정받겠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2. 8. 12. 15:36 수정 2022. 8.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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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대표, 첫 인터뷰
이혁준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총재(대표)가 2022년 8월 중국 베이징 장안가(長安街)에 문을 연 현대차의 중국 첫 쇼룸 ‘셴다이후이·베이징(现代荟·北京)’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10일 중국 베이징 시내 자금성과 천안문광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장안가(長安街) 왕푸징의 대표적 쇼핑몰인 동방신천지 1층 ‘셴다이후이·베이징(现代荟·北京).’ 도로를 접한 공간 입구 상단에 현대차 로고와 함께 ‘HYUNDAI’라는 영문명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이곳은 현대차가 중국에서 처음 선보인 도심 전시장으로, 이달 6일 문을 열었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北京现代)’와는 별개로, 현대차의 중국 첫 단독 쇼룸이다. 요즘 중국 자동차 업계 트렌드처럼,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쇼핑몰 안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엔 니오(웨이라이)·캐딜락·BMW라이프스타일·페이판·로터스NYO(예정) 등의 자동차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다.

300㎡ 공간엔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수소전기차 넥쏘, 고성능 N 브랜드 중 i30 N TCR 레이싱카가 전시돼 있다. 방문자들은 특히 연내 중국 시장 도입 예정인 수소 연료전지 SUV 넥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직은 흔치 않은 수소차를 둘러보며 직원에게 “안전하냐” “충전은 어떻게 하냐” 같은 질문을 했다.

이혁준(53)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총재(대표)는 “현대차의 철학과 기술력을 전달하고 함께 호흡하며 소통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시티 스토어(도심 전시장)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02년 베이징현대 합작사 설립 전인 2001년부터 현대차 베이징대표처에서 근무하며 20년 넘게 중국 사업을 해 온 ‘중국통’이다. 대학(중국 지린대 경재관리학원 학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과의 인연이 30년에 달한다. 2008년엔 베이징 런민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대표는 6일 한국에서 돌아와 산둥성 칭다오의 한 호텔에서 격리 중이다. 매일 오전·오후 화상회의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현대차가 중국에서 좀 어렵지만, 한국의 더 많은 모델을 수입해 오고 좋은 차를 만든다는 걸 꾸준히 보여 주면 중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 스스로는 “인생은 디자인이다”란 철학을 갖고 사는 그에게서 현대차의 중국 시장 계획과 설계를 들어봤다.

현대차가 2022년 8월 중국 베이징 시내 장안가 동방신천지 쇼핑몰 1층에 문을 연 중국 첫 쇼룸 ‘셴다이후이·베이징(现代荟·北京).’ 수소전기차 넥쏘가 전시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중국서 현대차 브랜드 다시 쌓는다

-중국 첫 쇼룸을 베이징 심장부인 장안가에 냈다.

“이런 시티 스토어를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전엔 차량을 파는 딜러점만 있었다. 판매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우리의 철학을 알리고 우리의 기술력을 좀 더 전달할 공간을 만든 것이다. 소통을 더 강하게 하자는 취지다. 규정상 시내엔 AS(애프터서비스)를 같이 하는 매장을 낼 수 없어, 딜러숍이 보통 외곽에 많다. 요즘은 어느 시간대든 차가 막혀 소비자가 외곽으로 나가 차를 보는 게 쉽지 않다. 현대차 브랜드만의 차별성과 기술력을 좀 더 가까이서 전달할 공간이 필요했다. 가장 좋은 위치가 어디일지 찾다가, 베이징의 진짜 랜드마크인 장안가 동방광장으로 정했다. 명품 매장도 많고 소비 수준도 높은 곳이다.”

-현대차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려 하나.

“현재 전시된 차가 세 대다. 팰리세이드는 한국이나 글로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이다. 중국 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제일 훌륭한 차를 들여오자 해서 팰리세이드를 선택해 수입하고 있다. 수소차 넥쏘도 있다. 현대차가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를 가장 많이 판다. 최첨단 기술의 친환경적인 차량이 수소차다. 고성능 N 브랜드는 기술력의 상징이다. 세계적으로 튜닝 기술을 가진 회사가 많지 않다. 중국 시장에도 이렇게 굉장한 기술력으로 튜닝을 한 고성능 차를 보여 주려고 한다.”

중국 베이징 시내 장안가(長安街)의 동방신천지 쇼핑몰 1층에 문을 연 현대차 중국 첫 도심 전시장 ‘셴다이후이·베이징(现代荟·北京)’에 더뉴팰리세이드가 전시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한국서 직수입 모델 늘린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밀린 지 꽤 됐다.

“베이징현대는 2002년 설립 후 20년이 됐다. 2016년까지 굉장히 차를 잘 팔았다. 2016년에 112만 대까지 팔았다. 2017년 사드 사태 발생 후 갑자기 70만 대, 40만 대로 떨어졌다. 판매량 감소가 단순하게 사드 때문에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다. 베이징현대가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50% 이상이 준중형 차다. 엘란트라(아반떼)·투싼 같은 준중형 차 위주로 판매를 했다. 그 시장이 가장 크긴 하지만, 현대에 대한 이미지가 중소형에 딱 묶여졌다. 한국에서 다양한 차가 나오는데, 중국에서 전부 생산을 할 순 없으니 중국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었다. 중국에선 볼륨카라고 해서 많이 팔 수 있는 차 위주로 생산을 한다. 그래서 2016년 중단한 수입차 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수입차를 통해 기술력과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현대차가 준중형 차에 국한된 게 아니라 ‘뛰어난 브랜드구나, 전 세계적으로 700만 대, 800만 대씩(현대차·기아 합산) 파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알리는 거다. 단시간 안에 인식이 바뀌진 않겠지만, 꾸준히 하면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현대차(베이징현대)는 중국에서 가성비(낮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 좋은 차로 인기를 끌며 2013~2016년 4년 연속 100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이란 평을 받았다. 그러나 2016년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가하면서, 2017년 판매량이 78만여 대로 급감했다. 2021년 판매량은 38만5000대(점유율 1.8%)로 추락했다. 기아 역시 2016년 65만 대에서 2021년 15만2000대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 총 판매량은 53만7000대(2.7%)로, 10위 안에 또 못 들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첫 공장인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제조사 리샹에 매각하고 중국 내륙 진출의 상징인 충칭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사드 보복 타격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론 저가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 하락, 전기차·SUV 트렌드로의 늦은 전환이 중국 시장에서 뒤처진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략의 실패란 얘기다.

이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데는 최소 5년은 필요하다”며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여러 수입차를 들여와서 현대차 이미지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생산한 전기차 아이오닉도 들여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N 브랜드도 우선 내연기 버전을 먼저 선보이고 곧바로 전기차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가 2022년 8월 중국 베이징 시내 장안가 동방신천지 쇼핑몰 1층에 문을 연 중국 첫 쇼룸 ‘셴다이후이·베이징(现代荟·北京).’ /김남희 특파원

◇中 철수 없다…베이징현대 합작사는 유지

-중국 둥펑자동차가 빠지면서 기아 3자 합작사(둥펑위에다기아)가 깨졌다.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차 관계는 어떤가.

“베이징현대는 일단은 지분 조정은 아직 서로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지금 회사가 좀 어렵기 때문에, 지분 조정이 우선이 아니라 일단은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는 부분이 먼저라고 (서로) 생각한다. 만약 지금 지분을 가지고 얘기하면 서로가 많이 불편할 거다. 이렇게 어려운데 지금 누가 지분을 더 많이 가져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 지금 빨리 극복하는 게 먼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국에서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을 탄다. 팰리세이드는 전량 울산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한다. 중국에선 지난달 20일부터 개선형 모델인 더뉴팰리세이드를 예약 판매 중이다. 중국 최저가는 30만800위안(약 5800만 원), 최고가는 38만8800위안(약 7500만 원)이다. 수입 관세(15%) 등이 붙어 한국 판매가(최저 3767만 원)보다 약 2000만 원 비싸다. 중국에선 온라인으로만 예약 주문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선 지금 팰리세이드를 주문하면 6~8개월 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 중국에서도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중국은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있는데, 대응이 늦었단 평이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대수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지만, 성장률은 굉장히 빠르다. 중국은 2035년 신차의 50%를 신에너지차량(NEV·순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 연료전지 차량 포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중 거의 대부분이 전기차가 될 거다. 내연기를 빨리 퇴출시키려는 게 중국 정부 의도다. 앞으로 우리도 모든 차량은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로 가고, 순차적으로 (순수)전기차로 갈 거다.”

이혁준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총재가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에서 뇌성마비장애아동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중국 사회책임발전지수 평가에서 전체 기업 3위, 자동차 부문 6년 연속 1위, 외자 기업 6년 연속 2위에 올랐다.

◇수소차로 앞서 나간다

-중국 정부가 수소 경제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수소차가 잘 운행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수소 충전소가 완벽하게 돼 있어야 한다. 차를 샀는데 주변에 주유소가 없으면 탈 수 없듯, 수소 충전소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 전국 단위로 시범구가 있는 지역 몇 곳에만 수소 스테이션이 있고, 그것도 외곽에 있다. 시내에 있는 데가 거의 없다. 스테이션을 만들면 돈을 벌어야 되는데 아직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 상용 수소차가 먼저 활성화된 것도 트럭이나 큰 버스가 도심이 아닌 외곽으로 다니기 때문이다. 시작점과 종점에만 스테이션이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승용차도 수소로 가려면 도심에서 탈 수 있어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도심에 들어갈 수 없다. 수소는 현재 위험물질이고 이걸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꿔줘야 한다. 이 부분을 관리하는 에너지법 개정판이 나와야 도심에 수소 스테이션을 만들기 위한 조건 등이 확정된다. 지난해 초 에너지법 개정판에 대한 산업계 의견 청취가 끝났기 때문에 조만간 최종판이 나올 걸로 본다.”

-현재 수소차는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의 경쟁인데.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수소 시스템을 제일 잘하는 회사가 어디냐’ 그러면 도요타랑 현대를 얘기한다. 티어2(2급)에 중국 기업들이 있는데, 현대·도요타와 아직까진 품질 차이가 크다. 중국 기업은 시스템이 싼 데 비해 기술은 좀 뒤처지고 고장률이 많은 게 현재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미 넥쏘가 돌아다니면서 기술력을 검증했다. 도요타도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수소차를 운행했다. 중국 수소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인데, 5년 후엔 이 시장이 가장 커질 거다. 지난해 하반기에 베이징(베이징시·톈진시·허베이성), 상하이, 광둥성, 허베이성, 허난성 5개 지역을 수소 생태계 개발 시범 지역으로 발표했다. 이 지역에서 4년간 수소차를 5만 대 정도 운영하면서 검증이 끝나면 그다음부턴 상용화가 굉장히 빠르게 될 것 같다. 그러면 그 이후부턴 글로벌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이 커나가고 발전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탄소 중립 전환 압박 때문에도 자동차·화공·철강 등 산업에서 수소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부터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시에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말 완공되면 연간 수소연료전지시스템 6500기를 생산할 수 있다. 2020년 말 중국 내 수소차는 7000대 수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중국 정부는 2030년 수소차 100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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