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면서 스카우트 시스템 확충 소극적..K리그의 모순

이두리 기자 2022. 8. 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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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이번 시즌 K리그1 득점 20위 안에 드는 외국인 선수는 8명이다. K리그2는 득점 20위권 중 절반인 10명이 외국인 선수다. 지난달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한 스테판 무고사(전 인천 유나이티드), 세징야(대구FC)처럼 외국인 선수가 구단의 간판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득점 자원 역할을 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은 큰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발로 뛰는 스카우터 인력은 구단에 2~3명뿐이다. K리그의 열악한 스카우트 환경이 지적받는 이유다.

지난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K리그에서는 스카우터에게 지출하는 비용이 적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비용이 최소 30~40만 달러인데, 이 비용은 안 아까워하면서 스카우트 기반 확충에 드는 지출은 아까워한다”며 K리그의 열악한 스카우트 시스템을 꼬집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FC서울에도, 전북 현대에도 스카우터 인력은 3명뿐이다.

유성한 FC서울 단장은 “유럽 구단에는 스카우터가 20명씩 있는데, 한국 구단에는 2~3명뿐이다. 에이전트가 선수 영상을 주면 그걸 보고, (선수가 있는 곳에) 많이 못 가본다. 그래서 선수 영입에 실패를 많이 한다. 스카우트 시스템이 체계화돼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 경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빠르게 방출되거나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외국인 선수도 많다. 지난 1월 서울이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호주 국가대표 출신 벤 할로란은 서울에서 단 두 경기만을 뛰고 계약 해지됐다. 지난 3월 울산 현대에 영입된 헝가리 출신 스트라이커 마크 코스타 역시 넉 달 만에 방출됐다.

유성한 FC서울 단장이 지난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유성한 단장은 “2021년 기준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이 2억 언저리인데 외국인 선수 평균 연봉은 6억이 넘는다. 그렇기에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가 뼈저리다. 국내 선수 영입에 실패하면 이적시킬 수 있는데, 외국인 선수를 이적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K리그2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돈을 더 주고라도 데려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발굴하는 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비용은 두려워하면서, 스카우트 시스템에 투자하기는 꺼린다”며 “모든 K리그 구단이 스카우트 시스템을 강화한 뒤 외국인 쿼터를 늘려야 한다. 국내 선수들도 경쟁을 통해 발전할 것이고 구단은 외국인을 키워 이적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K리그 내 외국인 선수 구성이 다양해지면, 재정이 부족한 구단도 리그 내에서 검증된 외국인 자원을 데려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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