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은 호평 일색인데 왜 '외계+인'·'비상선언'은 죽 쑤는 모양일까

듀나 칼럼니스트 2022. 8. 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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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외계+인'·'비상선언', 여름대작들 현저하게 희비 갈린 이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그 동안 밀려있던 국내 텐트폴 영화들이 하나씩 개봉되고 있다. 개봉작 리스트만 보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당연한 일이지만 착각이다. 코로나는 아직 진행 중이고, 영화 관람 비용은 지난 몇 년 동안 당황스러울 정도로 올랐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 아마 우리는 끝까지 과거의 '정상성'을 되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지금까지 개봉된 여름 시즌 영화 세 편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세 편이다. <한산: 용의 출현>, <외계+인 1부>, <비상선언>.

이 중 가장 만족스러운 비평적 성과와 흥행 성적을 낸 작품은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다. 이 작품은 전작 <명량>의 프리퀄로, 이미 촬영이 끝난 김윤석 주연의 <노량: 죽음의 바다>와 함께 이순신 삼부작을 이룬다.

영화는 전작과 거의 같은 구조를 이룬다. 역사에 기록된 아주 유명한 해상 전투를 중심으로 잡고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전쟁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을 오가며 그린다. 단지 <한산: 용의 출현>은 이전의 시행착오를 연구해 보다 이야기를 능숙하게 끌어간다. 여전히 '국뽕스러운' 장면을 간직하되 감상주의나 신파를 상대적으로 줄였다. 이순신보다 적장인 와키자카 야스하루에 집중하면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해군을 수를 읽을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려내는 방식은 특히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으니, 거북선이 나온다. 왜장 중심의 접근법은 거북선을 거의 괴수영화 속 괴수처럼 그리는데, 이 역시 효율적인 접근법이다.

여전히 영화는 여러 모로 거칠다. 특히 한국 배우들에게 일본어 연기를 시킨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언어를 모르는 배우가 음성학적으로 대사를 암기해 읊는 것만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전설과는 달리, <대부 2>의 로버트 드 니로가 한 시칠리아 방언도 시칠리아 사람들의 귀엔 별로라고 한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지적했듯, 배우들을 억지로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밀어붙이는 대신, 더빙과 같은 대안을 주고 배우들은 다른 연기에 집중하게 하는 게 낫다. 관객들에게 배우의 노력보다 중요한 건 결과물 자체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올해 나온 대작 한국영화 중 가장 괴상한 오퇴르 영화이다. 심지어 오퇴르적 속성만 따진다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능가한다. <헤어질 결심>은 평범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는 감독의 평범하지 않은 영화로, 스케일이나 제작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지원을 받아 순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다시 말해 <헤어질 결심>은 감독의 흥행 기대치가 조금 높았을 뿐, 논리적인 영화이다.

하지만 <외계+인 1부>를 보면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의 이런 이야기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평일 저녁 시간대에 EBS나 투니버스를 틀어놀고 멍한 기분으로 앉아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폭력의 강도가 조금 높고 시각효과에 돈이 조금 더 들어갔을 뿐, 어린이 시청자 대상 특촬물스러운 이야기와 그림이 연달아 이어진다. 오히려 재미는 떨어지는데, 좋은 특촬물은 주어진 조건, 그러니까 특정 취향을 가진 어린이 시청자와 제한된 제작비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최동훈의 이 영화에는 그 최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정은 고루하고 무력하며, 외계인, 우주선, 로봇의 디자인은 진부하다.

여전히 매우 최동훈스러운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를 이루는 재료 상당 부분은 이미 다른 최동훈 영화에서 본 것들이다. 영화는 종종 그 익숙한 영역에 들어오면 생기를 얻는다. 하지만 최동훈은 (그리고 이 감독의 불패 흥행성적에 안심한 투자자들은)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면서 이 재료를 다루는 위험성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장르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개입해, 덜 오퇴르스러운 상업 영화가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종종 최초의 한국 항공 재난물이라고 소개되는 (사실이 아니다.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가 있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여러 모로 지난해에 나온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와 비교된다. 그러니까 엑스 세대 영화감독이 어렸을 때 명화극장을 통해 봤던 옛날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영화를 만든 것이다. <모가디슈>가 <북경의 55일>을 연상시킨다면 <비상선언>은 <에어포트> 시리즈와 <카산드라 크로싱>의 경로를 따른다.

<탑 건: 매버릭>이 수상쩍을 정도로 <못말리는 비행사>와 닮은 것처럼 <비상선언>도 수상쩍을 정도로 <에어플레인!>과 닮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에어플레인!>이 패러디한 <제로 아워!>를 닮은 것이겠지만 아마 한재림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에어플레인!>은 봤어도 <제로 아워!>는 안 봤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스타일은 <플라이트 93>을 만든 폴 그린그래스를 연상시키는데 특히 굳이 안 나왔어도 되는 중반 카체이스신에서 그렇다.

쟁쟁한 배우들이 나와 이름값 하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이들은 다른 배우들로 대체되더라도 영화의 내용을 크게 바꾸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캐릭터와 관계성이 관습적으로 만들어졌고 스토리와 헐겁게 연결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중 동시대적 고민과 연구가 반영된 인물은 임시완이 연기한 인셀 테러리스트밖에 없다. 고등학생 여자아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에 이르면 관객들은 세월호를 떠올리겠지만, 이 영화의 집단 묘사는 정치적 이슈를 깊이 다룰 수 있을만큼 섬세하지 못하다. 무개성적이더라도 기술적 완성도가 높고 페이스도 좋았던 영화가 중반 이후 신파에 연달아 빠진 것도 명화극장의 중력우물에서 탈출할만한 자기만의 무언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상선언>은 얼마 전 역바이럴과 관련된 음모론에 말려들었다. 사실 여부에 대해 뭐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흥행과 작품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었음이 분명한 단점들이 드러나 있는데 음모론에 집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단점들이 앞으로 만들어질 한국 블록버스터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한산: 용의 출현><외계+인><비상선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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