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서울 소형 아파트 가격 하락..10억대 줄줄이 '붕괴'

이가람 입력 2022. 8. 12. 15:03 수정 2022. 8. 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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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매경DB]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서울 소형평수 아파트의 몸값이 낮아지고 있다. 청년층의 패닉바잉으로 한때 매매가격이 10억원대를 넘어섰지만, 거래절벽 현상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줄줄이 낙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6일 8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2월 10억원을 돌파한 뒤 넉 달 만에 최고가(11억원)를 경신하는 등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억원대 매매가를 유지했지만, 부동산시장이 약세로 접어들면서 약 1년 만에 집값이 2억5000만원 빠진 것이다.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59㎡도 지난달 7일 9억4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가 실거래가 10억원선을 내준 것은 지난 2020년 11월(9억9500만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최고가(11억50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하락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디엠씨파크뷰자이' 전용 59㎡는 지난달 20일 9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말 거래가(11억1000만원)보다 2억1000만원 저렴해졌다. 이 아파트의 최고가는 지난해 9월 13억900만원이었다. 최고가와 비교하면 3억6000만원 내렸다.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8억5500만원에 소유주를 교체했다. 직전 거래가(9억4500만원)에 비해 9000만원 낮다. 지난해 6월 신고가(10억5000만원)와는 1억9500만원 차이가 난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 역시 전날 9억8000만원에 새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최고가(13억8000만원)에서 4억원이나 주저앉았다.

소형 아파트는 고강도 대출 규제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규모별 주택 매매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거래가 체결된 주택 가운데 전용 60㎡ 이하 비중은 70.6%로 지난 2006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았다. 전용 60㎡ 이하 서울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42.81대 1로 전용 60㎡ 초과 85㎡ 이하(11.77대 1)를 3배나 웃돈다. 이에 서울의 경우 외곽지역까지 매맷값과 전세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소형평수조차도 줄줄이 10억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주요 부동산 구매층인 40·50대의 거래량을 앞지를 정도로 부동산시장을 주도했던 20·30대 영끌족이 자취를 감추면서다. 집값이 가격 급등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반기에도 주택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로 소형주택을 구입할 때 실수요자의 여신 활용이 다소 수월해지겠지만 기준금리 인상 변수가 워낙 커 부동산 대출 규제 경감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형은 중·대형에 비해 가격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낮아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였지만 요즈음은 자가를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전국적으로 하락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도 나오고 있어 수년 전 가격으로 매매거래가 체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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