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시행령 개정 총공세.."법 기술자의 농단"

탁지영 기자 2022. 8. 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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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의겸 의원, 기동민 의원, 박범계 의원, 김남국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법무부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시행령 개정으로 무력화한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법 기술자의 농단” “헌정질서 유린행위” 등 강도 센 발언이 나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너무 설친다는 여론이 많다”며 “겸손한 자세로 이러한 국민 여론을 받아야 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무리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법무부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규정한 개정 검찰청법 조항에 대해 ‘등’은 예시일 뿐 대통령령으로 중요범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며 새롭게 범위를 분류했다. 우 위원장은 이에 대해 “(등을 포함한 이유는) 법무 자체가 완고하게 닫혀져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한 것이지, 약간의 모호성을 파고들어서 법 자체 취지를 무력화시키려고 만든 게 아니다”라며 “저런 걸 흔히 법 기술자의 농단이라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월30일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들며 개정 검찰청법의 취지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기존 법안의 ‘등’이라는 조문은 여야 합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대로 남겼지만,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를 2개로 한정함으로써 향후 정부가 자의적인 확대 해석을 못하도록 국회가 분명히 미리 못 박은 것”이라며 “한 장관의 연이은 무도한 헌정질서 유린 행위는 반드시 윤석열 정부와 본인의 앞날에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독단적 시행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직권남용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를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새로 분류한 것을 두고 “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수사 중인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의혹 등 사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전 정권에 대한 합법적 정치보복을 위해 법무부가 검찰 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법무부가 경찰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김남국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검·경 유관기관 수사협의회를 개최해서 (수사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협의 자체가 생략됐다”며 “경찰은 검찰의 독단적이고 오만한, 시행령을 고쳐서 수사범위를 넓히는 것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시행령이 법률을 위반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국회법은 소관 상임위에서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에 송부하도록 한다. 민주당은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결산국회에서 한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도록 여당과 협의 중에 있다.

당내 일각에서 ‘등’을 ‘중’으로 다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남국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차후에 명백하게 ‘중’으로 바꾸는 법안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법사위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법률을 무시하고 수사권 범위를 자의적 해석을 통해 넓힌다고 한다면 ‘등’을 ‘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개정 방향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우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등’을 ‘중’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한 장관이 저렇게 했을 것 아니냐”라고 부정적 의사를 표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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