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팬데믹 칩거' 후 첫 방문지로 사우디..美와 균열 파고드나

최서윤 기자 2022. 8. 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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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 '70년 동맹' 소원해진 사이 중국-사우디 협력 부쩍 늘어
사우디, 미중 사이에서 협상력 높이려는 시도일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팬데믹 칩거' 2년 7개월 만에 갖는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택해 주목받고 있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 자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약 2년 7개월 만이지만, 그 목적지가 미국과 오랜 동맹이나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사우디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과 그로 인한 유가 급등 문제에 직면, 지난달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틈을 시 주석이 파고들어 '굳히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빈 살만, 시 주석 내주 대면…바이든과 달리 극진한 환대 받을 듯

1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 주석은 내주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며,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맞은 환대와 맞먹는 갈라 리셉션을 받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 이른바 '주먹 인사'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사우디내 미중 간 역학 변화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당초 올해 4월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차례 불발된 끝에 이뤄지는 것이다. 올해 3월 중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 살만 왕세자가 시 주석을 초청, 4월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두 정상의 대면 의제에 관심이 집중되던 이튿날(3월 15일) 사우디가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WSJ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사회와 시장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달러로만 석유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미국이 세계 원유시장을 통제하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는데, 이 같은 달러 패권이 저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뉴스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25%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2020.5.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당시는 마침 작년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전쟁'을 마치고 철수한 뒤 중동 지역에 '힘의 공백'이 뚜렷해지던 터다. 대영제국에서 소련 그리고 미국으로 이어진 아프간 개입 세력은 당대 중동을 지배하던 힘을 상징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외교추 무게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둔다는 전략을 세웠고, 이에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 축소는 예고된 수순이기도 했다. 그리고 관심사는 이제 미국이 떠난 자리를 중국이 파고들 것이냐에 쏠려왔다.

◇中, 美 '달러 패권' 도전…중동서 영향력 확대 시도

중국의 중동내 영향력 확대 시도는 꾸준한 교역 증가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서서히 진행돼왔다.

이런 흐름은 빈 살만이 형제 세습 전통을 깨고 왕세자에 책봉된 2017년 전후로 두드러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를 석유 의존 일변도에서 탈피, 친환경·미래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열망을 품고 추진해오고 있다.

사우디와 중국 관계에 있어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점은 일대일로 투자 전략이 과거 러시아와 아프리카 같은 전통 협력국·지역에서 벗어나, 사우디와 중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라고 지난 8일 아시아타임스('중동내 중국의 일대일로 미래')는 짚었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일대일로 사업 초기부터 대상국 목록에 올라있긴 했지만, 초기 단계 사업에서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걸프 국가들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중국의 '값싼 신용'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문제연구소(MERICS)가 시각화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지도.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 같은 전통 협력국 투자를 줄이고 사우디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사우디 아람코의 2020년 기업공개(IPO)에 앞서 중국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러시아 내 일대일로 지출이 0으로 떨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신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정부는 사우디에서 55억 달러 상당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물론 거래 전반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거래는 에너지 자원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수치 변화만으로도 중동에 대한 중국의 장기적인 야망이 상당 부분 드러난다고 아시아타임스는 평가했다.

◇러 우크라 침공으로 美 사우디 정책에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이 올해 상반기 대러 투자를 줄이고 사우디 투자를 늘린 중요한 배경 중 하나일 것이다. 전쟁 이후 급등하는 유가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이제 세계 각국 정부에 있어 전쟁 만큼이나 중요한 난제가 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를 급선회한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70년 동맹은 버락오바마 정부 시절이던 2012~2013년 이른바 '셰일 혁명' 국면에서 첫 번째 균열을 맞았고,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타결로 두 번째 균열을 맞았다. 이어 2018년 일어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출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배후로 미 정보당국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비난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관계 개선에 나설 거라는 예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진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일단 이번 전쟁으로 몸값이 높아진 사우디는 유리한 고지에서 미중의 러브콜을 즐기는 모습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7월 중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일주일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한 달 뒤엔 시 주석과 대면하는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압둘아지즈 빈 살만 국왕과는 악수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는 주먹 인사만 나눈 모습은 두 사람 간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뿐만 아니라 예멘 내전 등으로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외 기조를 펴고 있으며, 사우디는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유린 의혹을 규탄할 때 중국 측을 옹호해준 바 있다.

이 같은 구도 변화 가운데 중국과 사우디 간 경제협력 가능 분야는 더 많다고 호주 싱크탱크 로위인스티튜트는 분석했다. 사우디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를 다변화하려고 내놓은 '비전 2030'과 일대일로는 제법 잘 맞아떨어지는데, 일례로 중국 건설사들이 메카에 '청룡' 지하철 노선을 구축하는 등 사우디 인프라 건설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사우디에 클라우드 설비를 구축 중이다.

다만 중국과 사우디가 계속 우애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로위인스티튜트는 짚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지금 동향은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위험 회피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에도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부동산 벤처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로위인스티튜트는 "위안화 석유 거래 가능성 등 MBS(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 이니셜)의 현재 움직임은 왕세자가 미국의 (인권 문제) 비판 완화를 유인하기 위한 속임수일 수 있다"고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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