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복권 된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
(지디넷코리아=정진호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정부의 8.15 특별 사면으로 복권되면서 '뉴(NEW) 삼성'을 향한 새로운 리더십 정립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 극복, 미래신성장 동력 발굴, 사업구조 개편, 부당합병 재판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미래 전쟁에서 5년을 잃어버린 삼성전자의 내부 역량과 대외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권된 이 부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복권은 2021년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1년 7개월, 2017년 8월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받은 지 5년만이다.
■ 잃어버린 5년 찾아야...대형 인수합병(M&A) 급물살 탈듯
이 부회장이 사면 복권으로 취업제한조치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사라지면서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경영 현안들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특별 사면을 단행하면서 경제 활성화 통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경제인들의 대거 포함시켰다고 밝힌 만큼 우리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말 미국 하만을 당시 8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이렇다 할 사업 확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연초 한종희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여러 공식석상을 통해 대형 M&A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해 왔다. 이 부회장도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 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잇단 발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속 반도체 공급망 안정, 미래 신사업 육성 등 산적한 과제의 돌파구를 M&A에서 찾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M&A 분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영역은 반도체와 바이오 부문이다. 삼성전자의 당면 과제는 이 부회장이 과거 투자 발표를 통해 언급했듯이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등을 실현하는 일이다. 또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반도체·바이오 양날개에 대한 투자와 육성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동차 전장산업과 AI, 로봇 등 미래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제 활성화와 아울러 뉴삼성의 보폭을 넓히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 및 조직 쇄신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를 포함한 DS(반도체) 부문과 세트(SET) 사업을 아우르는 DX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부품과 세트에 대한 여러 이해 충돌과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복안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린다. 새 컨트롤타워의 신설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 "투자·청년일자리 창출로 보답"...부당 합병의혹 재판·미래 사업구조 개편 등 과제 산적
이날 삼성은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 결정에도 차분하면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 측은 그동안 재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면이 유력시 됐지만 최종 사면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언급을 자제하며 끝까지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었다. 사면과는 별개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으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면으로 일단 복권은 됐지만 여전히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부당합병 의혹 재판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경영 족쇄가 완전히 풀렸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삼성은 최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미중 갈등에 따른 반도체 리스크, 하반기 실적 악화 예고, 주가 부진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면 복권과 관련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jhjung70@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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