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설만 남긴 여권의 수해 대응..'언행불일치'에 국민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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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을 덮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는 중부지방까지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93일만에 고개 숙여 사과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다른 일정도 제쳐두고 수해 피해 지역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30대 정치인 이준석을 당 대표로 등장시킨 것은 '보수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이 기대감이 5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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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이 평소에도 조금 장난기가 있다”(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비에 대한 예고가 있다고 그래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지난 8일 서울을 덮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는 중부지방까지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사망자 수는 11명, 실종자는 8명에 달하고 약 1000여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생겼다. 국민들이 생명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다급해야 할 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다.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집권여당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국민을 위하는데 애써야 한다.
폭우에 국민들의 피해가 막심하자 정부와 여당은 곧바로 ‘행동’으로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93일만에 고개 숙여 사과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다른 일정도 제쳐두고 수해 피해 지역 봉사활동에 나섰다.
문제는 ‘말’이었다. 기민한 행동에 마음이 미처 못 따라간 것인지, 말실수가 터졌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한 모습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찍혀 논란이 불거졌다. 오전 9시 30분부터 모여 진행한 자원봉사는 의미가 퇴색됐다.
이후 이어진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제 식구 감싸기’식 발언도 국민의 공감을 사긴 어려워 보인다. 주 위원장은 “내가 각별히 조심하라고, 지금 이 정서에 안 어울리는 말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김 의원이 평소에도 조금 장난기가 있다”고 하며 “큰 뜻을 봐 달라”고 했다.
오히려 언론을 향해 “언론이 큰 줄기를 봐달라”며 “여러분들 노는데 우리가 다 찍어보면 여러분들은 나올 거 없을 것 같나. 크게 봐달라. 작은 거 하나하나 가지고 큰 뜻을 좀 저거하지 말고”라고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사소한 발언’에 집중해 폄훼하지 말고, 자원봉사라는 ‘큰 뜻’을 봐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용산의 대통령실도 ‘행동’에 비해 디테일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폭우 당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반지하 현장을 윤 대통령이 방문한 사진을 활용해 만든 카드뉴스나, 수석 비서관의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나” 등의 발언은 국민 공감은커녕 원성만 사기 쉬워 보인다.
최악의 언행불일치가 연이어 일어나는 건 의욕이 너무 앞선 탓일까 진정성이 없어서일까. 국민 마음을 돌리겠다고 나선 행동에 실수와 허점들이 자꾸 동반되면 사실 본심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진영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지난 2020년 총선 패배 등으로 궤멸 상태로 몰렸다. 위기에 몰릴 때 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고, 당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 쇄신을 맡겼다. 그리고 지난해 30대 정치인 이준석을 당 대표로 등장시킨 것은 ‘보수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이 기대감이 5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당권을 둘러싸고 드러난 이전투구는 ‘역시 보수는 쇄신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115년 만에 폭우에 대한 여권과 대통령실의 실언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놓고 있다. 진정성 없는 행동은 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과 보수가 이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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