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법정드라마 '우영우'에 가미된 멜로, 득일까 독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준호씨는 그런 사람입니다.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고 아버지처럼 잘 챙겨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저예요. 저는 이준호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일까요? 이준호씨를 외롭게 만들지는 않을까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는 아버지 우광호(전배수)에게 그렇게 말한다. 이준호(강태오)가 우영우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제주도에서 자신의 누나와 매형까지 만나게 해줬지만 그 자리에서 우영우는 깨닫게 됐다. 문제는 이준호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제주도 에피소드가 들어간 건,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이다. 물론 그 표면적인 이유는 한바다 로펌이 맡게 된 사건이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한 사찰이 근처 도로를 지나는 이들에게 통행요금을 요구하면서 생겨난 분쟁이 그 사건이다. 게다가 굳이 이 사건 때문에 우영우를 비롯해 정명석(강기영), 최수연(하윤경), 권민우(주종혁)는 물론이고 이준호에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털보 사장(임성재)까지 제주도에 가게 된 건 다분히 드라마 작법상의 의도가 담겨 있다.
서울을 주 무대로 펼쳐지던 드라마에 제주도 바다 같은 새로운 공간이 주는 새로움을 더해주고, 무엇보다 이들의 관계를 진전(?)기 위함이 그것이다. 제주도 하면 돌고래를 떠올리는 우영우에게 그곳은 남다른 로망의 공간이고 또 이준호와 함께 간다는 사실 또한 시청자들을 설레게 만들지만 그곳에 다름 아닌 이준호의 누나가 매형과 살고 있고 그들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은 그 위에 드리워진 현실의 무게감을 예감케 한다. 당사자들이야 사랑하니 괜찮다 해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를 바라보는 이준호 가족의 시선도 괜찮을까. 결과적으로 보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그 사실을 절감한 우영우는 이준호에게 결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바로 그 결별을 통보하는 순간에도 우영우는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한 생각에 빠져 이준호를 화나게 만든다. 우영우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에만 몰두하다 이혼까지 하고 위암 판정까지 받아 자신이 살아왔던 삶에 회의감 같은 걸 느끼고 있는 정명석의 이야기와도 겹쳐진다. 장애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정명석처럼 우영우도 자신의 일에서 더 행복감과 삶의 에너지를 느끼는 사람이다.
우영우와 이준호가 어떤 관계의 결말을 보여줄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멜로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극명히 나뉜다. 한국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멜로다. 하지만 멜로의 틈입이 늘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때론 강력한 판타지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도 하지만 때론 이야기를 산으로 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종영했던 SBS <왜 오수재인가>를 들 수 있다. 성공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매력적인 캐릭터 오수재(서현진)의 질주를 공찬(황인엽)과의 어울리지 않는 멜로가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15.7%(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이 마침 꺾어지기 시작한 시점이 우영우와 이준호의 멜로가 본격화되던 때와 겹쳐져 이들의 멜로가 드라마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발목을 잡는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 면이 있다. 하지만 과연 멜로가 주범이었을까. 물론 멜로 전개가 가진 다소 느슨한 면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에피소드별로 구성된 이 드라마의 특성상 해당 에피소드의 극성이 다소 약해서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로또 당첨금을 소재로 한 11회는 소재 자체가 소소했고, 부당해고 소송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12회는 실제 주인공이 인권 변호사 류재숙(이봉련)에 가까웠다. 13, 14회의 에피소드 역시 제주도에서 벌어진 사건이 주는 시각적이고 정서적인 즐거움은 있었지만 사건으로만 보면 그리 강한 극성을 가진 에피소드라 보기 어렵다. 즉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주춤하고 있는 건 멜로 그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법정드라마가 내놓은 사건이 다소 약하고 그래서 멜로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상당 부분 무게감이 옮겨간 듯한 느낌을 줘서라는 점이다.
멜로에 죄가 있다기보다는 그만한 본래 법정드라마로서의 에피소드가 다소 약하게 느껴지다 보니 멜로 같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도드라져 보인 면이 있다. 물론 <왜 오수재인가>처럼 에피소드와 상관없이 멜로 설정과 이야기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상충하며 힘을 빼는 경우도 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정 스토리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게 바로 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라는 인물이 현실에 나와 어떤 갈등과 아픔들을 겪어가며 성장해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안에 멜로가 들어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본래 법정드라마가 가진 사건 관련 이야기와의 균형을 조금 맞춰나가는 게 필요하다 여겨질 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산’은 호평 일색인데 왜 ‘외계+인’·‘비상선언’은 죽 쑤는 모양일까 - 엔터미디어
- ‘골때녀’가 ‘우영우’ 신드롬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적 내는 이유 - 엔터미디어
- 유해진의 인간미와 진선규의 소년미에 샥 빠져든다는 건(‘텐트 밖은 유럽’) - 엔터미디어
- 강남역 슈퍼맨과 서초동 현자 등장 후 ‘비상선언’이 다시 보인 까닭 - 엔터미디어
- 서인국 원맨쇼가 아깝다(‘미남당’) - 엔터미디어
- ‘유세풍’, 이 힐링 드라마는 왜 ‘별순검’ 같은 수사물이 됐을까 - 엔터미디어
- 제작비 300억 쏟아부은 ‘비상선언’, 비상(飛上) 못하고 비상(非常) 걸린 이유 - 엔터미디어
- 사제 간이든 주종 간이든 이재욱·정소민 멜로가 애틋하다는 건(‘환혼’) - 엔터미디어
- 130분 논스톱 액션에 멀미 날 지경, 그런데 주원이 안 보인다(‘카터’) - 엔터미디어
- 명색이 법정물인데 ‘우영우’ 제작진은 왜 판결에 연연하지 않을까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