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 고경표 "'헤어질 결심' 하고 싶었다..박찬욱 감독 설득"[인터뷰②]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고경표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 개봉을 앞둔 고경표는 1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근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고경표는 '육사오'에 앞서 '헤어질 결심' 등 비중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것에 대해 "제가 어느 순간부터 내려놨다. 주연이라는 타이틀 달고 작품하고 나서는 '계속 주연만 해야 하나?' 싶었다. 저는 사실 여러가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고, 배우가 하고 싶고 연기가 하고 싶지 주연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조연, 특별출연, 단역 상관없이 시나리오가 재밌고 이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작품 하는동안 그 시간을 공유하는것이지 않나. 그게 저의 삶이고 그 시간이 잘 쌓였으면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조연할 때도 너무 좋고 특별출연도 너무 좋다. 안가리니까 더 좋고, 제가 가고 싶은 스펙트럼 넓은 배우라는 취지에 더 부합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보시는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신다. 시간이라는 건 굉장히 한정적인데, 그 안에 여러가지 다채로운 모습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은 게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헤어질 결심' 출연 과정에 대해 "사실 오디션을 보거나 이런 게 아니라 감독님과 미팅을 하게 된 건 박찬욱 감독님이 문소리 배우님과 박해일 배우님에게 '고경표란 배우에 대해서 아느냐. 이 친구 어떠냐'고 여쭤보셨다고 한다. 문소리 교수님은 저희 학과 교수님이기도 했고, 해일 선배님은 홍대 상상마당에서 영화제 할 때 뵌 적이 있다. 치기 어리고 어린 나이여서 제 포부를 가감없이 얘기했다. 그런 모습이 해일 선배님에게 예쁘게 보였나보다. 감독님에게 좋은 이야기만 해주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도 '이런 얘길 들었는데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첫 미팅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너랑 박해일이란 배우랑 카테고리를 나눴을 때 같은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같은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듀오로 나왔을 때 이게 과연 재밌을까? '나홀로 집에' 악당을 봤을 때도 두 사람이 다른 성격으로 나오지 않나. 그게 재밌을까, 아닐까. 사람들 반응 반반이라 너한테 물어본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고경표는 "전 설득했다. 하고 싶으니까. '감독님! 재밌는데요? 수완이가 해준을 좋아하지 않나. 롤모델은 비슷한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끝났다"며 "감독님이 표현도 적으시지 않나. '괜히 내가 말만 하다가 안 되나보다' 했다. 근데 시나리오를 주셨다. 그래서 너무 놀라웠다. 사실 너무 좋았다"고 웃음 지었다.
고경표는 직접 느낀 박찬욱 감독의 '거장' 면모에 대해 "그런 거 많다. 디테일이 정말 대단하시다. 배우들이 입는 의상의 색감과 질감까지도, 인물들의 관계도와 캐릭터에 맞춰 다 직접 하나하나 고르신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싶다. 어떤 의상이 스웨이드, 비닐, 가죽인 것 까지 다 보신다. 또 감독님이 연기할 때 '아, 음, 어' 이렇게 머뭇거리는 걸 잘 안 쓰신다. 빼달라고 하신다. 말 끝에 어미 처리들의 디테일로 전달하는 바가 굉장히 달라진다고 생각하셔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시고, 될 때까지 하신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지치는 작업이 아니라 저는 너무 재밌었다. 왜냐면 우리는 팀이고 최고의 한 장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이 쌓여야 정말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걸 배우가 위축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연극이 아니라 우리는 NG내면 다시 찍을 수 있고 너무 좋지 않나. 그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디렉션 주실 때 감독님 말투가 섞인 것이 꽤 있다. '남편이 죽었는데 안 놀랬대' 이 음정이 박찬욱 감독님 말투다. 그런 것들이 되게 많다. 감독님이랑 하는 작업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제가 해준에게 반항하면서 '경찰이 다쳤잖아요' 하지 않나. 그걸 정말 많이 찍었다. 두 시간 찍는 동안 담배를 두 세갑을 폈다. 컷을 나누긴 하지만 롱테이크로 그 신에 대한 마스터를 완성시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모든 순간이 맞아 떨어질 때까지 한다. 저는 그게 너무 재밌었다"고 밝혔다.
한편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이다. 고경표는 이번 작품에서 1등 당첨 로또를 처음 습득한 말년 병장 천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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