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책방은 덕질이죠".. 동네서점이 먹고 사는 법
본업 두고 책방 운영·공간 만들어 수익 창출.. 스페인 전문 등 개성 넘치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국 서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늘어났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서련)가 2년마다 내놓는 '2022 독서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독립·대형서점을 모두 합한 서점 수는 2528개로 2320개였던 2년 전에 비해 9% 늘어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서련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상점이 속속 개점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가 보편화돼 공공기관이 도서를 구매할 경우 지역서점을 우선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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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이 골목에 있어서인지, 평일 오후여서인지 서점은 한산했다. 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원래 이렇게 손님이 없냐고 묻자 니은서점 직원 A씨(남·30대)는 "지역·독립서점은 책 판매만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동 인구가 적을수록 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수익 창출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A씨는 "책을 팔아 흑자를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우선 책을 읽는 인구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서점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책방은 하나의 '덕질'(자신이 좋아서 하는 행동)의 영역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니은서점은 예전엔 독서모임과 작가 사인회 등을 개최해 고객을 끌어모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이마저도 열지 못해 수익 발생 구간이 없어졌다. A씨는 다른 서점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적자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지속 가능한 적자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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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오프라인 서점의 형태는 변모할 수밖에 없다. 흔히 떠올리는 부산 광복동 책방 거리도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동네·독립서점 역시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독서관은 다소 이색적이다. 이곳은 책을 판매하기보다 공짜로 빌려준다. 그래서인지 자선단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운영자는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곳은 서점마다 있는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코너도 없다. 독서관이 선정한 책들과 소규모 독립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진열해놓는다. 기자가 머문 짧은 시간에도 시민들이 찾아와 진열된 책을 빌려 가곤 했다.
독서관 운영자 전세환씨(남·29)는 "독서관을 오픈한 지 4개월 정도 됐다"며 "작은 모임을 개최해 회원 수를 모은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일반 도서관처럼 운영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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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충무로 골목 한 켠에서 스페인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스페인책방'도 그중 하나다. 스페인책방에 들어서면 조명부터 벽을 가득 채운 책과 포스터까지 스페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책을 제외하면 진열된 책은 스페인 여행자를 위한 여행가이드북과 스페인 원어 서적, 스페인어 시험 원서 등으로 구성됐다.
이 책방을 운영하는 B씨(여·30대)는 "책방을 열기 전 직장을 다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 후 스페인 관련 도서를 구비한 서점을 개점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스페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4년 전 여행을 계기로 개성 만점의 독립서점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스페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스페인 관련 책을 구비했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스페인 문화와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과 여행 준비족들이 책방을 찾고 있다. 이처럼 여행과 문학 등 각각의 관심사가 모이며 이 책방은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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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찾은 서울 종로구 소재 부쿠서점은 책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비밀 책'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포장지로 감싼 책 속 문장의 일부만 보여줘 구매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특히 책마다 정성스레 적힌 손글씨는 구매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을 이른바 감성 있는 빈티지한 스타일의 포장지로 감싸 책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책방의 독특한 분위기를 집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꾸몄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퍼져나가 젊은 세대에게 가고 싶은 장소로 꼽히고 있다. SNS에서는 "시크릿 책이 신기해서 사봤다" "책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비밀 책은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서 샀다" 등 호평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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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태 기자 jun_elija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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