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 자동차, 어떻게 관리할까..'물 먹은 차'는 일광욕 필수

윤희일 선임기자 2022. 8. 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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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 등 수도권을 강타한 ‘물 폭탄’으로 인한 차량 피해가 막대하다. 차량이 완전히 침수돼 운행이 불가능한 차량 수천여대는 폐차 처리되고 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침수된 이른바 ‘물 먹은 차’는 그대로 운행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물 먹은 차’는 꼼꼼한 사전점검과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물이 많은 곳을 주행한 자동차의 경우 비록 침수는 피했다고 하더라도 ‘물 먹은 반(半)침수차’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를 그대로 방치하면 하체의 급속한 부식과 잦은 고장을 피하기 어렵다. 또 중고차 가격이 뚝 떨어지는 피해도 입을 수 있다.

자동차시민연합은 폭우 속에 물 먹은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정리해 12일 발표했다.

물 먹은 차는 ‘습기’ 덩어리...차량도 ‘일광욕’ 필수

폭우 속에 주행을 했거나 주차한 차, 물이 많이 있는 곳을 주행한 차 등은 ‘반침수차’로 높은 수준의 습기를 품게 된다. 이런 경우 안쪽으로부터 부식이 빠르게 발생하게 된다. 운전자가 부식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부식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런 경우 차체에는 부식이 발생하면서 정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5년 이상 지난 중고차의 경우 하체의 언더코팅 상태를 점검하고, 햇볕이 좋은 날을 선택해 보닛과 앞 뒷문, 트렁크를 모두 열어 건조하는 것이 좋다. 차량에 대한 일종의 일광욕을 시키라는 것이다. 차 바닥의 매트는 물론 스페어타이어까지 들어내고 흙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침수 이후 발생하는 가장 큰 후유증은 차량 부식”이라면서 “잘 건조한 뒤 코팅 처리를 하면 추후 중고차 시장에서 심한 가격하락을 막을 수 있으며, 침수차라는 의심도 피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폭우에 장시간 주행했거나 주차한 차의 경우 브레이크 관련 장치에 물이 들어가면서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될 수 있으며, 습기로 인해 전기계통의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차량을 건조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물 먹은 차는 브레이크 패드와 라이닝도 꼭 점검해야 한다. 온도 게이지가 평상시와 다르게 상승하거나 간헐적으로 시동이 꺼지는 경우라면 반드시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서울 등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지난 9일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에 전날 쏟아진 폭우로 고립된 차량이 인도에 올라와 있다. 문재원 기자

물 먹은 차의 경우 에어컨 필터와 에어클리너가 습기에 찌들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교환하는 게 좋다고 자동차시민연합은 밝혔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차내 필터(에어컨 필터)는 도로상의 매연이나 미세먼지를 걸러주기 때문에 오염이 심한 상태에서 습기가 차면 성능이 떨어진다”면서 “차량의 필터는 사람의 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증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진까지 일부 침수된 차라면 모든 오일류와 냉각수, 연료를 모두 교환해야 한다. 각종 배선은 커넥터를 분리하고 깨끗이 씻은 뒤 말려서 윤활제를 뿌려주는 것이 좋다.

경유차, 머플러로 빗물 역류하면 위험

2007년 이후 출시되는 경유차는 매연포집필터(DPF)의 부착이 의무화됐다. 고성능 백금 촉매로 이루어진 이 필터는 미세먼지를 90% 이상 줄이는 역할을 한다. 폭우 속에 경유차의 머플러 뒷부분으로 토사 등이 섞인 빗물이 역류하면 매연포집필터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교체 비용이 들 수 있고 화재의 위험도 있다. 만약 경유차의 하체가 부분적으로 침수됐다면 매연포집필터에 대한 클리닝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맑은 날 고속도로를 1시간 정도 주행하면 유해물질이 제거되기도 한다.

300V 이상의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기차가 침수되거나 비에 노출되는 경우 감전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 데 안전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돼 있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자동차시민연합은 밝혔다. 다만 물 먹은 전기차의 엔진룸 등을 세척하는 경우 절연성분이 들어 있는 전용 제품을 사용해야만 한다.

정비업소 이용해 점검하는 경우 2곳 이상 들러 견적서 비교해야

물 먹은 차에 대한 점검은 정비업소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2곳 이상의 정비업소를 들러 견적을 받아 요금을 비교한 뒤 점검 및 정비 작업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고 자동차시민연합은 충고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점검 및 정비명세서와 관련 영수증을 보관해 놓으면 이후에 보증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운전자들을 위한 친환경 운전 정보를 제공하는 동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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