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찾아 나선 HDC현산 계약 해지 사업장들.. "쉽지는 않네"

지난 1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을 해지한 정비사업장들이 일제히 새 시공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대형 사업장들이 있어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경기가 침체돼 시공사 입찰이 흥행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HDC현산과 시공 계약을 해지한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 자격은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사에게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아이에스동서, 동원개발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부산 범전동 71-5 일대에 3500가구를 조성하는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 사업은 예정 공사비만 1조원 규모 이상이라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가 점쳐지는 곳이다. 촉진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촉진3구역 수주에 공을 들여온 DL이앤씨가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초 HDC현산과의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 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5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삼성물산과 GS건설, DL이앤씨, DL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5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뉴타운맨션삼호 재건축 공사 시공사 입찰은 다음달 16일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HDC현산과 계약을 해지한 정비사업장들이 무사히 시공사 선정을 완료할지는 미지수다. HDC현산과 롯데건설의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던 부산 서금사A구역 재개발 사업은 계약 해지 후 지난 6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고 두 번째 입찰에도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해 다시 유찰된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속도인데, HDC현산과 시공계약을 해지한 곳들은 이전에 밟았던 절차들을 다시 진행해야 해 일정부분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최근 분양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성이 좋은 대규모 사업장이 아니면 시공사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아직 시공사 선정 일정조차 못 잡은 곳도 있다. HDC현산과 시공계약을 맺은 리모델링 사업장 중 최초로 계약 해지에 나선 서울 광진구 광장상록타워가 그 예다. 총 200가구, 24층 한 동짜리인 광장상록타워는 재작년 12월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광주 학동붕괴사고 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4월부터 시공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아직 HDC현산과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시공사 선정은 시공계약 해지 문제가 마무리돼야 진행할 수 있어 언제 할지 미지수”라고 했다.

HDC현산과의 법적 분쟁도 걸림돌이다. HDC현산과의 시공계약 해지를 추진 중인 사업장 중 공식적으로 계약 해지가 완료된 곳은 뉴타운맨션삼호 아파트 한 곳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달 29일 뉴타운맨션삼호와의 공사도급계약 해지에 대해 공시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다른 정비사업장이 대부분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한 상황이라 법률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