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용의 출현' "학익진 초기 VFX , 전량 폐기하기로"

신진아 2022. 8.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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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3의  정성진, 정철민 슈퍼바이저 서면 인터뷰
한산 VFX(M83 제공)

한산 VFX(M83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도 현지 포도밭을 폭파시키고, 바다에 배 한척도 띄우지 않고도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구현했다. 드라마 ‘빈센조’와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 적용한 시각특수효과(VFX) 덕분이다. '한산'의 VFX를 책임진 M83은 앞서 넷플릭스에 공개된 국내 첫 SF영화 '승리호'도 작업했다.

개봉 15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여름 대전 승기를 잡은 ‘한산’은 1000만 영화 '명량’(2014)과 개봉 예정인 ‘노량’과 함께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다. '명량'과 마찬가지로 후반부 압도적 전투신으로 관객들에게 승리의 쾌감을 안기고 있다.

실제 모터 달린 배를 만들어 물 위에서 촬영했던 '명량'과 달리 '한산'에서는 건조한 배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올려 놓고 촬영했다. 두 영화 사이 8년의 시간이 있었고 그 사이 우리나라의 VFX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덕분이다.

'한산'은 촬영에 앞서 실시간으로 3D 배경과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을 기반으로 한 사전 시각화 작업(Pre-Visualization)을 통해 주요 장면들을 미리 제작해서 현장을 지휘하는 방식으로 해상 전투신을 완성했다.

'한산'의 VFX 슈퍼바이저 정성진 씨는 덱스터 스튜디오 디지털본부 VFX총괄감독 출신으로 지난해 정철민 슈퍼바이저와 함께 영화 '승리호'로 청룡영화상 기술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예술상 등을 받았다. 다음은 M83의 정성진 이사와 M83의 자회사 SPMC 정철민 이사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 해상전투신을 100% CG로 하는 것이 M83 입장에선 모험이자 도전이었을 것 같습니다.

M83은 한국의 VFX 역사와 함께해온 다수의 1세대 슈퍼바이저들의 노하우를 갖고 회사를 창립했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VFX 기술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두고 성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한산: 용의 출현'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도 많은 노하우를 축척하며 더욱 성장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산: 용의 출현'은 전작 ‘명량’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해전 장면이 연출될 수 있도록 100% VFX 작업으로 진행됐고 크게 두 부분에 중점을 뒀습니다.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해상 전투신 구현에 있어 중점을 뒀던 두 부분은 무엇인가요? 구현에 있어 어려웠던 점은?

먼저 촬영 현장에서는 완성도 높은 VFX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프리 비주얼(pre-visualization)이라는 사전 시각화 작업부터 탄탄하게 진행했습니다. 사전에 3D 애니메이션으로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미리 제작하여, 그린 스크린으로 둘러쌓인 공간에서도 현장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장면을 구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들이 실제로는 실내에 있지만, 바다 위에서 촬영하는 것처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물 폭탄과 강한 바람 등의 여러 특수 효과와 세트 움직임 등으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물 구현이 특히 고난도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많은 장면에서 바다를 구현해야 했기에 물을 표현하는 부분도 매우 심도 있게 작업했습니다. 물은 입자, 표면, 밀도, 풍향 등 여러 구성 요소들을 슈퍼컴퓨팅의 연산 작업을 통해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VFX 기술 중 가장 높은 난이도를 필요로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할리우드에 위치한 메이저 VFX사 일부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여, 이번 영화로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전투 장면을 구현하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됐나요?

물과 바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한 전투 장면에 VFX 아티스트와 정보기술(IT) 엔지니어 등 약 1,000여 명의 기술과 노하우가 투입됐습니다.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고도의 기술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자들이 함께 모여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 거북선의 위용과 박력이 대단했는데요. 거북선 디자인과 CG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거북선의 실제 모습을 참고할 수 있는 사료(史料)가 많지 않지만,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고 디테일들을 살려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만족시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거북선의 얼굴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야 함과 동시에 왜적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해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이순신 장군의 결기와 같은 단단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VFX 기술력을 더해 판옥선이나 세키부네(일본의 전투함)보다 훨씬 강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웅장함을 가지고 스펙터클한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산 보도스틸

■ 학익진 VFX 구현도 숙제였을 것 같은데요.

해상 전투 장면 제작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현재로써는 경험할 수 없는 역사적인 한 장면을 실제로 촬영한 것처럼 스크린에 담아내는 것과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공감하며 환호할 수 있도록 스펙터클한 연출을 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연구였습니다. 대한민국 바다의 특성, 조선시대 해전에 관련한 역사적 자료 그리고 학익진의 전개 방식을 포함한 이순신 장군님의 전략 등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하여 참고했고, 전투 전개도 구상을 시작으로 흐름에 맞는 앵글을 기획하고 근사한 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 조선 배가 56척, 왜선 73척이 바다 위에서 싸웠는데, 이 56척을 드넓은 바다에 펼치는데 있어 무엇이 어려웠나요?

초기에는 배들의 방향과 배우들의 시선 방향이 통일되지 않아 어려웠습니다. 또한 포를 쏘고 있는 사람은 어디를 향해 쏘고 있는지, 공격당하는 사람은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채 혼란스러운 작업이 이어졌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작업된 분량은 모두 폐기했습니다. 이후, 학익진의 첫 구상부터 단계별 전개방식에 대해 추가적으로 연구하고 앞서 문제가 되었던 방향적인 부분 또한 디테일하게 설정하는 과정을 다시 거쳤습니다. 몇 번의 작업 끝에 상상속의 학익진 전법은 스크린에서 재탄생하게 됐고 관객들과 그 감동을 나눌 수 있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 드라마 ‘빈센조’ 영화 ‘승리호’ 그리고 ‘한산’까지 히트작의 VFX를 작업했는데요. 주요 필모그래피의 성과를 자체 평가한다면?

'빈센조'의 경우, 작품을 보신 분들께서 ‘이탈리아 로케이션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해당 장면들은 해외 촬영 없이 모두 시각효과로 구성했고 우리가 구현한 VFX가 실제 현지 모습과 유사하여 연출이 자연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M83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VFX로 구현하기 까다로운 ‘물’, 그리고 ‘바다’부터 대규모 ‘해전’까지, 실감 나게 구현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니 워터 시뮬레이션 분야에 더욱 특화하여 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VFX기술이 예산 대비 훌륭하지만, 아직은 할리우드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세계 눈높이에 이르기 위해선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나요?

작년에 개봉한 영화 ‘승리호’는 국내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SF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이번 ‘한산: 용의 출현’ 또한 바다에서 촬영하지 않은 최초의 해전 영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고요. 한국의 VFX 산업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며, 글로벌 기술력과 충분히 견줄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발전의 배경에는 VFX가 더욱 빛날 수 있는 콘텐츠와 기획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빈센조' VFX

앞으로 더욱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진 다양한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VFX 작업을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VFX로 완성되기까지는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M83도 최종적으로는 VFX 기술을 바탕으로 컨텐츠 기획력까지 갖춘 스튜디오로 성장할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인 포인트는 작품의 스토리와 기획력, 그리고 그것을 잘 구현해내는 VFX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나는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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