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퇴한 밤] '시장놀이' 하다가 '애플'은 뭐지?..어설픈 학습 욕심 뚝!

박수진 2022. 8. 12. 09: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퇴한 밤]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김수경 놀이상담심리사
육아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영상 섬네일.

“방역복 대신 수경과 마스크를 쓰고, 손 장갑을 껴요. 요구르트병에 물을 넣어 면봉을 휘젓고, (상대방의) 코를 쑤셔요. 놀이로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고, ‘혹시 코로나 걸리면 어떡하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이에요.”

11일 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에서 만난 김수경 놀이상담심리사(이하 작가)는 코로나를 경험한 아이들의 달라진 병원 놀이 풍경과 놀이를 통해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18년간 아동 ·청소년 상담센터와 병원 등에서 상담사이자 놀이치료사로 활약했던 그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놀이가 가진 힘을 느낀다. 김 작가는 “부모가 아이의 놀이를 격려해 주고, 정서적으로 공감해주면 안정감을 느낀다”면서 “놀이를 통해 인지와 언어를 배우고, 신체 발달 등 전반적인 발달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문제 행동까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잘 놀아야 잘 자란다’는 이야기처럼, 아이들과 잘 놀아줘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부모는 없다. 다만, 그가 육아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런 고민을 들려줬다. “매번 아이와 놀이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아요”,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춰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까’ 고민이 돼요”, “역할 놀이는 어려워요”, “놀이 끝에 남매가 싸워서 힘들어요.” 등등. 김 작가는 신간 <4~7세 아이는 놀이로 자란다>(다산에듀)에 해결책을 공개했다. 이날 <육퇴한 밤>에선 아이와 놀이 상황에서 곧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정보를 소개한다.

<육퇴한 밤>에서 만난 김수경 놀이상담심리사, <4~7세 아이는 놀이로 자란다> 저자.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김 작가는 ‘역할 놀이’를 “놀이 중 백미”라고 꼽았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 타인이 되어보는 이 놀이는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는 의사, 선생님, 소방관, 가게 주인이 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끼는 공감 능력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각본 없는 역할 놀이가 시작되면 부모는 금세 길을 잃는다. 이유가 있었다.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잠깐 생각하고 돌아온 순간, 아이가 만든 상황은 이미 진행돼 있어요. 그래서 역할 놀이가 유난히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신경을 바짝 쓰고 놀아야 하거든요.” (웃음)

그는 역할 놀이를 할 때, ‘이것’만은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먼저, 아이가 역할 놀이를 주도하도록 격려하고 부모는 따라가라고 제안한다. 이어 놀이 시간을 인지 학습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김 작가는 “마트 놀이를 하다 놀이가 좀 심드렁해지면, 아이한테 ‘이건 영어로 이름이 뭐지? 애플(Apple·사과) 따라 해 봐’라고 하는 부모님이 있다”면서 웃었다. 또 역할 놀이할 때, 아이와 10~20분 사이로 시간을 정하고 ‘알람 시계’를 사용하면 놀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육퇴한 밤>에서 만난 김수경 놀이상담심리사.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김 작가는 비슷한 놀이를 반복하는 아이를 위해서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주자고 강조한다. 만약, 기차놀이 중에 기관사 역할만 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렇게 해보자. 먼저 기찻길 근처에 가상의 놀이 공원을 꾸며본다. 그런 다음 양육자는 아이에게 이렇게 귀띔해주면 좋다.

“여기가 놀이 공원이래. 놀이 공원에 솜사탕 파는 사장님도 있고,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도 있는데 넌 어떤 역할하고 싶어?”

부모의 제안으로 아이는 다른 내용으로 놀이를 전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가 솜사탕 가게 사장님을 선택했다면, “솜사탕 사세요”라고 운을 뗀다. 그런 다음 부모는 손님이 되어본다. “솜사탕 맛있겠다. 사장님, 요즘 잘 팔리는 솜사탕은 어떤 거예요?”

김 작가는 또 미술 놀이를 통해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연습을 권했다. 이를테면 신나는 풍선 놀이를 마치고 풍선에 표정을 그려본다. 아이에게 평소 속상했거나 화났던 감정을 묻고, 같이 터뜨려보면 묵은 감정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근사한 결과물은 중요하지 않다. 시들어버린 채소에 이쑤시개를 꽂고 놀면서 부모와 어떻게 교감을 나눴느냐가 아이 마음속에 평생 자산으로 남는다.

“미술 놀이가 이벤트가 되면 안 돼요. 전공자처럼 미술 놀이 하는 순간 목적이 달라져요. 주의하셔야 돼요. 안 그러면 아이 잡아요.” (웃음)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양육자의 ‘체력’이다. 김 작가는 “아이와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부모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상호작용해서 잘 놀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놀이 중에 형제나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부모는 어떻게 중재하면 좋을까. 셋이 놀다 소외되는 아이는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집안이 엉망이 돼 망설이게 되는 미술 놀이는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놀이 중 아이의 감정은 어떻게 읽어주면 좋을까. 아이와 놀이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양육자가 있다면, <육퇴한 밤> 영상 인터뷰로 초대한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세요. 소중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