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생활하던 부부가 담은 일본의 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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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나는 집이 있다.
"오랫동안 패션 에디터로 일했고, 이후 브랜드의 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남편이 도쿄로 발령을 받으면서 갑작스럽게 사는 곳을 옮겨야 했어요. 갑자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막막했지만, 용기를 내서 좀 더 깊이 그 사회를 알고 싶었죠. 그래서 이케바나 학교도 다니고 일본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은 많이 다녔어요. 지난 시간과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이 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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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나는 집이 있다. 이 집이 그렇다. 이 집의 주인인 이민경 씨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 그녀의 도쿄 일상을 담은 개인 SNS(@tokyo_mk)를 접하고서다. 그녀의 피드는 도쿄의 멋진 공간, 브랜드, 고택 등 지금 가장 핫한 도쿄의 면면에 대한 정보로 가득했다. 근사한 식당의 요리와 직접 만든 소박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 일본의 꽃꽂이 방식인 이케바나를 배우고 자신의 공간을 정갈하게 꾸민 그녀의 일상은 어찌나 매력적인지.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그녀의 SNS는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 나라 밖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창구가 되어주었고, 어느새 팬의 심정으로 그녀의 피드를 기다리게 되었달까. 그러던 사이 민경 씨가 6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살 집을 단장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서둘러 그녀의 집을 취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민경 씨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온전히 담은 집의 문을 활짝 열어주며 화답했다. “오랫동안 패션 에디터로 일했고, 이후 브랜드의 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남편이 도쿄로 발령을 받으면서 갑작스럽게 사는 곳을 옮겨야 했어요. 갑자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막막했지만, 용기를 내서 좀 더 깊이 그 사회를 알고 싶었죠. 그래서 이케바나 학교도 다니고 일본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은 많이 다녔어요. 지난 시간과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이 집이에요.”
민경 씨의 집은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고층 아파트다. 유년기를 보낸 집으로, 이번에 한국으로 이사하면서 민경 씨 부부가 이곳을 고쳐 살게 되었다. “항상 해가 잘 들고 따뜻하고 안락했던 곳으로 기억해요. 이곳에서 다시 살게 되었을 때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죠.” 그녀의 의도대로 나무와 패브릭, 유리블록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해 마감한 공간은 들어설 때부터 따스한 공기가 느껴진다. “오랫동안 트렌드를 좇고 정신없이 살아왔으니 집은 좀 더 편하길 바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가구와 물건으로 채웠지만 조금은 비어 있는 느낌을 원했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편안한 미감을 느끼는 와비사비 정신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6년은 짧고도 긴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경험한 영향으로 이 집은 한국과 일본의 미감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완성됐다. 거실엔 일본식 환대의 공간인 도코노마를 제작해서 아끼는 기물들을 진열하고, 주방과 욕실은 일본에서 공수한 직사각 타일로 마감해 맑고 깨끗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거실에서 안방으로 향하는 전실에는 작은 세면대와 수납공간이 마련된 프티 파우더 룸을 꾸몄는데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아 만족스럽다고. 신혼 때부터 갖고 있던 가구와 일본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가구까지 그간 살아오면서 모은 가구들도 각자의 자리를 찾아 단아하게 어울린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주방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을 즐기는데 도쿄에서는 주방이 터무니 없이 작아서 요리를 마음껏 하지 못했거든요. 새집에서는 넉넉한 크기의 아일랜드를 제작해 요리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꽃도 장식할 수 있는 저만의 자리를 마련했어요.” 오래간만의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여러모로 분주한 일상이지만 민경 씨의 가장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는 집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어 마음만은 가장 편안하다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앞으로 민경 씨의 SNS에서 만나게 될 한국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편안한 미감을 느끼는 와비사비 정신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에디터 : 심효진 | 사진 : 김덕창 | 디자인·시공 : 421lab공간디자인(@421lab.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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